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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폐업할 결심
[기자수첩] 폐업할 결심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2.07.20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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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도 10년을 버티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년 전 코스피 상위 10위권내 포진해 있던 기업들 중 현재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라니 말 다했다.

기라성 같은 대기업들도 이럴진대 중소기업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으리라 싶다.

20여년을 정보통신공사업을 영위하며 나름 업계에선 이름을 날려온 업체가 폐업을 결심했단다. 대표님은 내가 왜 이 바닥에 발을 담가서 이 고생을 했는지 후회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이유라고 대보자면, 정보통신공사업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수많은 문제들이 다 쏟아져 나온다. 각각을 기사로 써도 한 꼭지가 완성되는 일들이다. 바꿔말하면 20여년을 버텨봐도 문제들은 고쳐지지 않더라는 결론이다.

아무런 내실이 없는 기업이 20년을 유지해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동안 기업은 규모가 커지고 매출과 이익은 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별다를 바 없는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면,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면 이건 외부 요인의 문제임이 틀림없다.

설마하는 생각이 들어, 기자 초년생 시절 출입한 업체들을 다시 찾아봤다. 당시엔 기사도 대문짝만하게 나갔던 기업들이니, 나름 탄탄한 내실에 고도의 기술력으로 어필이 된 곳들이다.

하지만 홈페이지조차 남아있지 않은 업체가 절반에 가깝다. 어찌저찌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통화를 나눈 대표님들의 하소연은 폐업할 결심을 한 대표님과 별다를 바가 없다. 내심 기사 한줄 써드리지 못한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났다 싶었는데 치솟는 원자재값과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중소기업의 사업 환경은 날이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현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나랏님들은 그저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다. 믿을 만한 구석이라곤 없다.

그래도 기자로 밥먹고 사는 동안 업계 여러 현안에 대안 조언을 구했던 기업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이렇고 저렇고 이러저러하니 그래도 좀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희망적인 뉘앙스를 전해보지만 대표님은 딱 잘라, 문은 일찍 닫을수록 좋단다.

‘폐업할 결심’은 그토록 굳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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