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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신청사 방송장비 구축 사업 '갈팡질팡'
정부세종신청사 방송장비 구축 사업 '갈팡질팡'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2.08.1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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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공개된 규격서 보니
'특정 규격' 무더기 적시

자격 미달 보훈단체와
수의계약 추진 '무리수'
정부세종신청사 조감도 최종안. [자료=행안부]
정부세종신청사 조감도 최종안. [자료=행안부]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정부 세종 신청사에 정보통신기술(ICT) 설비인 방송장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수요기관의 어설픈 업무처리가 관련업계의 큰 반발을 샀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특정규격이 명시된 규격서를 사전공개해 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렀던 것이다. 이어 조달청이 보훈단체와 해당 사업을 수의계약하도록 추진했으나, 해당 단체는 수급 자격에 해당하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다. 결국 해당 사업은 부랴부랴 긴급 입찰로 재공고되고야 말았다. 수요기관인 행안부와 집행기관인 조달청이 사업을 보다 꼼꼼하게 살펴 발주했더라면, 이 같은 불필요한 논란과 의혹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사전공개 규격서에 특정 제품 요구

논란은 지난 6월 3일 '정부세종 신청사 신축공사 관급자재(대강당 음향장비) 구매' 관련규격이 사전공개(사전규격등록번호 1154032)되면서 불거졌다.

배정예산액 8억4535만원 규모로 구내방송장치를 구매·설치하는 이번 사업의 규격서가 사전공개된 것이다.

이후, 방송장비업계에서는 규격서의 내용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불만과 반발의 목소리가 커졌다.

해당 규격서에 특정 제품 모델명이 무더기로 적시돼 있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규격서상 △콘솔은 M사(외산) △스피커는 A사(외산) △앰프는 L사(외산) 등의 특정 장비 규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 사업자는 "규격서에 특정 제품을 명시한 것을 보니 중앙행정기관이 어떻게 이럴수 있나 생각이 든다"며 "실제 설계업체가 누구인지, 건축설계사와 계약 관계인지 등의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8억원 규모의 구내방송장치 입찰이면 결코 작지 않은 사업"이라며 "이미 영업이 다 돼 있으니 다른 업체들은 입찰에 들어오지 말라는 암묵적 의미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와 조달청은 "특정 규격은 참고자료로 적은 것인데 미처 삭제되지 못했다"며 "첨부자료를 수정 후 사전규격공개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6월 10일 해당 사업 규격서가 다시 사전공개(사전규격등록번호 1156182)됐다.

하지만, 수정 후 공개한 규격서에도 특정 규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관련업계의 불만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시방서 상 특정 크기, 무게, 기술 등이 서브우퍼, 마이크 등에 다수 명시돼 있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다이나믹 마이크의 무게는 '12.7 oz'를, 파워앰프 적용 기술로는 L사의 'LimiterMax' 기술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모호한 표현도 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부피와 무게가 '가급적 작거나 가벼워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이다.

방송장비 기술자들은 "가급적 작을 것, 가급적 가벼울 것 등의 표현은 도대체 누구의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며 "업계 종사자로서는 생소한 표현이어서 그 외 기술적 사양은 보지 않더라도 해당 사업의 기획 의도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행안부는 지방계약법 소관 부처인만큼 내부적 검토가 어렵다면 전문기관을 찾아서라도 모범적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행안부에서 지적 내용을 수용한다는 답변을 밝혀 논란이 일단 해소된 것처럼 보였다.

 

■수의계약 깜짝 추진, 결국 없던 일로

하지만, 해당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추진되면서 사그라들었던 논란은 이전보다 거세게 불타올랐다.

조달청이 7월 12일 해당 사업을 돌연 '보훈단체 수의계약' 방법으로 추진한다고 공고한 것이다. 수의계약 대상자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대표 유을상)이다.

업계는 황당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해당 사업의 수의계약 공고가 느닷없이 취소됐다. 이후 7월 28일 제한경쟁으로 긴급 입찰 공고가 이뤄졌다.

이에 대한 행안부와 조달청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수의계약 협상 중 상이군경회가 사업을 수주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저 계약 추진이 무산됐던 것이다.

사업을 수주하려는 자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 및 해당 법 시행령 제10조의 규정에 따라 구내방송장치에 대한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소지해야 하고, 직접생산 가능범위로 기재된 필수특이사항의 부분품과 구매규격 구성품이 1개 이상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상이군경회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방송장비 업계에서는 조달청이 수의계약 공고 이전에 상이군경회의 수급 자격을 확인했더라면 이 같은 혼선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업계는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조달사업법)와 해당 법 시행령에 따라 조달청에서 해당 사업을 집행하고 있는 만큼, 입찰 행정 전문기관인 조달청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발주처의 어설픈 업무 처리로 이 같은 시행착오가 발생한 만큼, 더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입찰 행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이번 사업이 총액입찰 방식에 따라 적격심사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되면서, 방송 품질 이슈 발생 가능성이 업계로부터 언급되고 있다.

적격심사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규격서상 사양만 충족하면 어떤 장비든지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사업 수행자가 마진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명목상 스펙을 만족할 뿐인 저품질 장비를 납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감리 및 준공 전 단계에서 장비 작동, 방송 품질에 관해 점검을 면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광교 경기도신청사의 방송장비 구축 사업에서 규격서상 사양과 성능을 만족하는 장비가 납품됐으나 결국은 운영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실제 장비 운영 과정에서 피사체 뭉개짐이나 오작동 문제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류상 스펙만 검사하는 수준으로는 방송 품질 문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방송장비 기술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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