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7:39 (화)
재주와 영리함의 상징 '원숭이'
재주와 영리함의 상징 '원숭이'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4.01.05 09:28
  • 호수 1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잔나비에 '날쌔다'는 뜻 담겨
부부·자식사랑 사람들 빰쳐
때론 어리석음의 이미지 보여

새해가 밝았다. 2004년은 간지로 갑신년(甲申年)이니 원숭이 해다.
요즘은 잘 쓰이는 말이 아니지만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한다. 특히 띠를 말할 때는 오히려 잔나비가 원숭이보다 훨씬 익숙하다.
잔나비는 날쌔다는 뜻의 '재다'라는 동사와 원숭이를 의미하는 '납'이라는 명사가 합쳐진 말이다. '잔나비'란 말 자체에 빠르다는 말이 들어 있듯이 원숭이 하면 먼저 날렵함을 떠올린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은 그 대표적인 예다. 손오공은 불경을 구하러 서역으로 10여 만리 길을 떠나는 삼장법사를 호위하면서 그를 위협하는 수많은 요괴들과 싸우고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갔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탁월한 둔갑술을 보였는가 하면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무수한 원숭이를 복제하는 신통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천리 밖의 잠자리를 보는 화안금정(火眼金睛)을 가졌다. 중국이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로 손오공을 채택한 것도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더러는 진중하지 못함, 덜렁댐, 어리석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준다고 불평하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준다고 만족했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도 있다.
이런 까닭에 잔나비띠 사람들의 성격을 이야기 할 때 '재주는 많고 영리하지만 진득함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과는 달리 사람에게 붙잡인 자식 때문에 애가 닳아 죽어버린 어미 원숭이나 자신을 아껴줬던 주인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죽음까지 함께 한 원숭이도 있다.
또한 원숭이 부부간의 극진한 사랑은 사람 뺨칠 정도로 섬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원숭이의 모습은 앞서 이야기했던 어리석은 이미지의 원숭이와는 전혀 다르다. 이렇듯 원숭이는 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까.
이는 원숭이가 가장 인간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탈춤에서 신장수의 흉내를 내며 그를 조롱하던 원숭이가 보여주듯,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자 가장 인간을 비유하기 좋은 동물이다.
원숭이는 12지(支) 중 9번째 동물로 시간으로는 신시(申時)를 가리키며 달(月)은 음력 7월에 해당한다. 원숭이의 시간인 신시(申時)는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로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때다. 신시는 조선시대 관리들의 퇴근시간이기도 했다.
신(申)은 서남서(西南西)를 의미하며 원숭이는 그 방향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원숭이는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을 위하여 궁궐, 탑, 무덤에 서서 서남서쪽으로부터 다가오는 재앙을 막아주었다고 전해진다.
그림 그리고 문방사우 등에 표현된 원숭이는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원숭이 '후' 자는 제후 '후(侯)'자와 발음이 같아 곧 제후, 높은 벼슬을 얻는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조선시대까지 높은 직위는 부와 명예를 모두 포괄하는 인생의 지복(至福) 중 하나였다.
설렘으로 시작하는 새해 벽두에 원숭이를 바라보면서 각자의 희망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3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