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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망 사용료’ 입법 시동…해외선 망 투자 펀드 조성 논의
국회 ‘망 사용료’ 입법 시동…해외선 망 투자 펀드 조성 논의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2.08.21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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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CP 망 사용료 납부에 힘 싣는 ‘넷플릭스 무임승차론’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CP
국내 트래픽 70% 이상 차지
국내 CP 대비 망 사용료 낮아

빅테크 플랫폼 경제 부상에
ICT 인프라 투자 유인 감소
설비투자 분담 필요성 대두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해외 콘텐츠사업자(CP) 간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그간 ISP는 CP의 망 사용료 납부 의무화를, CP는 최소화와 자율 규제를 주장해 왔다. 그러던 지난해 6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간 망 사용료 채무 여부를 다투는 소송의 1심 판결이 SKB의 승소로 결정되면서 ISP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일명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는 해외 CP의 망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6개 발의돼 있는데, 이들 법안은 대체로 해외 CP의 망 사용료 계약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야당이 망 사용료 의무화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빅테크 갑질 대책 TF를 발족하고 목동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방문, 망 사용료 법제화에 관한 통신 3사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조영훈 SKB 부사장은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해외 CP인 페이스북, 애플,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기업들 모두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으나, 유독 구글과 넷플릭스만 협의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며 “법 개정만이 최소한의 협상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국회가 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래픽 급증에 망 사용료 셈법 변화

인터넷 접속과 이용에 필요한 다양한 요금을 포괄하는 개념인 망 사용료는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ISP의 통신 자산과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주체가 지불하고 있다.

통상 인터넷 서비스 사용 주체는 인터넷에 직접 접속하기 위해 계약한 ISP에 요금을 낸다. 예를 들어, A 통신사와 인터넷 사용 계약을 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B 통신사 회선을 사용하는 기업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더라도 A 통신사에만 사용료를 납부한다.

고객의 인터넷 접속을 위해 다른 ISP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즉 상호접속에 드는 비용은 ISP끼리 정산한다. 본래 ISP 간 상호접속은 별도로 정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지난 2015년에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인터넷망 상호접속에 따른 비용 정산 방식을 ‘상호 정산’으로 바꾸고 ‘트래픽량’을 기준으로 사업자 간 협의를 거쳐 접속료를 결정하도록 했다. 상호접속에 따른 비용을 정산하기로 한 것은 ISP가 국가 보편 역무인 ‘통신망 구축과 품질 유지’를 보다 원활히 수행토록 하기 위함이었다.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에 따른 영향은 개정 당시에는 비교적 미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의 국내 인터넷 통신량이 급증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국내 CP와 달리, 이들 해외 CP는 국내에서 콘텐츠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국내 CP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의 사용료만 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네이버가 통신사에 납부한 망 사용료는 734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연매출의 20%에 이르는 150억원을 망 사용료로 썼다. 반면 넷플릭스는 KT·LG유플러스 외 제휴관계가 아닌 SKB에는 별도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 넷플릭스 측은 SKB와의 채무부존재 소송 1심 과정에서 ‘접속료는 유료, 전송료는 무료’ 원칙을 고수하며 “서버가 위치한 일본의 통신사에 인터넷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고, SKB는 단순한 전송만 하고 있으므로 콘텐츠 데이터 전송 비용을 별도로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SKB의 넷플릭스 서비스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에서 2020년 3월 400Gbps, 이후 불과 3개월 뒤인 2020년 6월에는 600Gbps로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SKB는 일본 도쿄에 소재한 넷플릭스 서버로부터 국내로 콘텐츠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일본 구간의 망 용량을 900Gbps급으로 증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주장대로 ‘단순한 전송’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만만치 않은 규모다.

최근 업계에서 일고 있는 ‘넷플릭스 무임승차 비판론’은 해외 CP가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국내 망 품질 유지에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을 두고 제기된 것이다. 이는 곧 망 사용료 의무화의 근거로 작용한다.

 

‘보편적 역무’에 대한 CP의 역할 검토

한편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고도화를 위해서라도 통신망을 활용해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CP에게 설비투자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산업 생태계는 통신 인프라를 사회 간접 자본으로 활용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익 창출의 중심은 인프라에서 서비스로, ISP에서 CP로 옮겨간다. 이에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 유인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통신 산업은 독점시장에서 출발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소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는 과점 경쟁체제를 형성해 왔다. 시장 경쟁을 도입하더라도 인프라 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완전 경쟁 수준의 시장 참여와 퇴출이 어려워 통상 과점 체제의 특성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라는 3개 사업자가 과점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는 서비스 품질 상승과 요금 인하 등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와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과점 체제하에서도 사업자 간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설비투자를 유도해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신 네트워크 고도화 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사업자 간 설비기반 경쟁이 줄어들자 시장 경쟁 활성화와 인프라 확장을 위해 투자 사다리(Ladder of Investment) 이론에 기반한 서비스 기반 경쟁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서비스 경쟁 활성화에는 도움이 됐으나 네트워크 고도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 사이의 설비기반 경쟁을 기반으로 서비스 기반 경쟁을 일부 도입하는 형태의 경쟁 정책으로 유럽보다는 비교적 우수한 유무선 광대역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ICT 시장 환경이 인프라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는 지금, ISP 간 경쟁 유발만으로 차세대 통신 설비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기업은 미래 수익을 확보하거나 경쟁자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투자를 주저하는데, ISP가 이제 인프라 고도화만으로 가입자 확보와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반면 빅테크·CP는 통신망 없이도 ICT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 인프라 투자 유인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통신 기반 마련이라는 관점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CP가 통신 설비 투자를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지난 3월 1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가 열렸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CP들이 펀드 형식으로 통신망 증설 투자에 비용을 대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

GSMA 이사인 구현모 KT 대표는 당시 “글로벌 CP가 망 투자에 나서면 그만큼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고 글로벌 CP가 돈을 내는 형태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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