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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코리아, 캐드 ‘한우물’…국산 SW 자존심 지킨다
인텔리코리아, 캐드 ‘한우물’…국산 SW 자존심 지킨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2.08.28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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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안’ 개발…외산 아성 도전
뛰어난 호환성…공공 점유율 1위

영구 라이선스 기반 가성비 주목
보안 기능∙AI 접목 고도화 ‘착착’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대표.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대표.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리딩컴퍼니]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대표

윈도, 포토샵, 크롬, 줌…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 분야에서 거의 독과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산 소프트웨어(SW)라는 점이다.

물론 이들에 준하는 국산 SW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SW는 거의 사용자의 습관과도 같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새로운 제품이 기존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로 여겨진다.

일반인이 사용하는 SW도 이럴진대 분야별 전문 툴을 따지고 보면 그 비중은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건축∙설계 분야에서 쓰이는 오토데스크사의 ‘오토캐드(AutoCad)’가 대표적인 예다. ‘MS워드’가 워드프로세서의 대명사로 통하는 것처럼 ‘오토캐드’는 곧 캐드 자체를 가리키는 프로그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처럼 견고한 독과점 체제가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켠에서 토종 SW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인텔리코리아는 ‘캐드의 독립선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립 이후 35년을 캐드 개발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다. 그 노력의 산물이 국산 캐드 ‘캐디안(CADian)’이다.

박승훈 대표는 초기 ‘캐디안’ 개발 시절을 떠올리며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회사의 발자취를 설명한다.

“서울 당산동의 햇빛도 들지 않는 어느 건물 지하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SW는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을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늦기 전에 부족하지만 1998년 인텔리캐드(현 캐디안)를 출시했고 숱한 개선 작업을 거쳐 오늘의 완성도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캐디안’이 첫선을 보인 때가 우리나라의 IMF 시기와 일치한다.

박 대표는 “당시 몇몇 캐드 개발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모두 도산 혹은 합병됐다”며 “자사 역시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사업 등을 통해 간신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대표.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대표.

위기 뒤 기회라고 했을까. 유일한 토종 캐드가 된 ‘캐디안’은 공공분야 도입과 해외 수출에 호조를 보이며 캐드 시장의 점유율을 점차 높여간다. ‘오토캐드’와 거의 100% 호환성을 겸비하면서 고객맞춤형 응용프로그램의 제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캐디안’이 극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게 된 계기로 삼성전자의 시스템에어컨 자동화 툴에 도입된 것을 꼽는다.

“대형건물에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할 때 사용자가 실내기를 선택하면 이에 맞는 실외기를 자동으로 찾아서 배치도를 작성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영업사원들이 실시간으로 자재 및 내역서를 작성할 수 있어 경쟁사가 며칠씩 걸리는 과정을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하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캐디안’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120여 삼성전자 해외지사 및 대리점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텔리코리아는 외산 제품이 임대형 라이선스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영구 라이선스를 고집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모델은 기업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10년간 100카피 사용을 기준으로 한다면 캐디안을 한번 구입하는 것은 오토캐드 대비 약 18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캐디안은 차기 버전을 1회 무료 제공하고 있으며 새로운 패치버전을 2주 단위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뛰어난 가성비로 입소문을 탄 ‘캐디안’은 2020년 기준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선다. 1위가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2위가 트림블의 ‘스케치업’임을 감안하면 기라성 같은 외산의 인지도를 뚫어낸 성과라 할 수 있다.

현재 ‘캐디안’은 국내 지자체의 약 65%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비롯,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의 대기업과 3700여 건축설계사무소가 사용하는 SW로 성장했다.

해외 시장 역시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루마니아 등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7개 언어로 현지화를 지원한다.

박 대표는 ‘오토캐드’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완전히 빼앗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인정한다. 경쟁력은 사용자가 ‘오토캐드’를 사용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을 ‘캐디안’에서 개선해 나가는 데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오토캐드는 수많은 서드파티가 참여하면서 기능을 개선하고 개별 분야에 최적화하고 있다”며 “캐디안은 이러한 기능들을 서드파티 형태가 아닌 메인 엔진 단계에서 구현하며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외산과의 차별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캐디안’의 고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데 발맞춰 도면 유출방지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행여 유출되더라도 오픈은 불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 등의 건축 손도면을 인공지능(AI) 기반의 캐드로 도면화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건축문화유산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손으로 그린 도면 이미지를 캐드 엔진 개발 기술과 이미지 객체 검출이 가능한 AI 기술을 접목해 캐드 도면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데스크톱-모바일-웹 기반 작업이 가능한 ‘아레스캐드(ARESCAD) 2023’의 출시도 관심이 집중된다.

도면이 자주 변경되거나, 협력기업과 도면 공유가 필요하거나, 외부 출장이 잦은 기업 등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사용 가능한 유용한 툴이 될 것으로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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