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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칼럼]중국일탈 억제정책의 경제적 한계
[채수찬칼럼]중국일탈 억제정책의 경제적 한계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09.10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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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중국은 문화혁명 뒤 공산주의체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공산당 주도하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도입함 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루고 군사력도 증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개방적 흐름이 일당독재와 양립하기 어려운 지점에 이르자, 중앙권력을 강화하고 대내외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세력들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나라들은 이를 견제하는 전략들을 수립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성장이 경쟁질서와 유형·무형의 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 부당한 수단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식하에 거칠게 직접적인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경제력의 근간이 되는 핵심산업들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도입하고 있는 일부 조치들은 시장의 현실과 경제원리를 거슬러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핵심산업의 하나는 반도체산업이다. 반도체산업에는 특이하게 명확한 국제적 수직분업이 존재한다. 대략 다섯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위에는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이 있다. 다음에는 장비를 생산하는 일본과 유럽이 있다. 그 다음에는 제품설계와 제조 일부를 맡는 한국이 있다. 그 다음에는 제품설계 일부와 제조를 맡는 대만이 있다. 맨 아래에 조립·검사·포장을 맡는 중국이 있다. 이러한 수직분업은 경제적 효율성에 기반한 것으로서 아담 스미스 이래로 생산력 증대의 근원으로 인정돼 왔다.

빠르게 발전하는 반도체기술을 따라 최종제품이 생산되어 시장에 나가기까지 어느 단계도 건너 뛸 수 없다.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아 어느 나라도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이 수직분업 체계에 들어와 있는 특정국가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는 물론 중국도 포함된다. 경쟁과 대결이 심해진 지난 십여년 동안에도 상호의존성은 오히려 강화됐고, 이 분업체계내에서 중국의 역할이 강화되거나 업그레이드된 것도 아니다. 상호의존성은 평화의 담보이기도 하다. 이 나라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 면 모든 나라의 경제가 상상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최근 회자되고 있는 기술동맹, 미·중 분리(decoupling)는 무엇인가? 그 실질적 내용은 제한적 인 것으로서, 중국 안에 있는 한국, 대만 등 외국회사 소유의 제조공장들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들 공장들이 미국으로 이전하기를 원하고 있다. 대외의존을 줄이고 자체 제조역량을 높이려는 의도다. 미국 국내정치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듯하지만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방향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도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내 정치환경 변화와 비용상 승에 따라 신제품을 제조하는 공장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로 가고 있던 상황이다. 미국 국내정치에 따른 정책들이 발생시키는 손해를 보상하는 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힘을 과시하는 중국에 대해 억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당화될 수 있는 조치들이 있고 정당화될 수 없는 조치들이 있다. 미국기업들의 경쟁상대인 외국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반경쟁 조치들은 정당화될 수 없다. 최근 전기자동차 지원에서 수입자동차를 차별하는 조치들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미국기업들의 이른바 지대추구(rent seeking)를 위한 로비의 결과다.

원론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어도 중국의 행태 때문에 부분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조치들도 있다. 주요 첨단기술 이전을 막는 조치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반도체에서 3나노미터이하 제품 수출에 대한 제한, 통신에서 5G 기술이전 제한 등이다.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들에 대한 조치들도 부분적으로 정당 화될 수 있는데, 항공우주산업, 슈퍼컴퓨터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치는 경제 보다 위에 있다. 그러나 정치가 경제의 기본원리를 거슬러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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