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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폭력성과 정치체제
인간의 폭력성과 정치체제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11.30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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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에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홉 달이 되었는데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큰 그림을 보면 전쟁의 배경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와 반발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토내로 편입하려는 푸틴의 야욕이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에 의하면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 모두 1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고 한다.

그가 이 숫자를 거론한 것은 군사적 해결이 아닌 협상에 의한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정치인들이 장기적인 군사적 소모전을 생각하고 있는데 대한 이의제기라고 볼 수 있다. 푸틴은 이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물러설 수도 없는 진창에 빠졌다. 서방국가 지도자들은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다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약화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전쟁을 끝내라고 압력을 가할 이유가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맞는 생각이다. 푸틴의 힘을 빼는 것이 더 큰 위협을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고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은 비극이다. 다시금 밀리 합참의장의 말을 빌리자면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4만명이 사망했고난민도 1500만에서 3000만명 사이라고 한다.

한편 지구촌의 다른 구석인 중동의 카타르에서는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는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펼쳐진다. 상대방의 수비를 뚫고 들어가서 골대에 공을 쏘아 넣는다. 자기나라 팀 또 는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응원전도 펼쳐진다. 자기 팀이 이겨야 한다. 전쟁중인 병사들도 아마 무기를 놓고 중계방송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쟁중이라도 싸움을 멈추고 올림픽 경기를 치렀다.

스포츠는 전쟁의 변형이다. 전쟁이 무자비한 살육으로 승리를 추구하는데 비해 스포츠는 일정한 규칙 아래서 이기기 위해 싸움을 한다. 전쟁에서는 땅과 사람과 자원을 빼앗기 위해 싸운다. 스포츠에서는 점수를 더 많이 얻기 위해 겨룬다. 전쟁에서는 병사들이 달리고 움직이며상대방을 공격한다. 멀리 있는 적에게는 화살과 미사일을 쏜다. 힘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고 머리를 써야하기 때문에 전략이 중요하다. 스포츠에서도 선수들은 달리기도 하고 차기도 하며 던지기도 한다. 전략도 중요하다. 스포츠는 전쟁의 대안이다. 인간의 근원적 폭력성을 전쟁에서 스포츠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성의 근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설명들이 있다. 어느 이론에 의하면 원시 상태에서 인간사회는 대체로 평화로웠다 한다. 인간의 폭력성은 생산이 증가하여 잉여가 생기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론을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그리고 인류학적 증거들도 있다. 그러나 이 이론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부터 폭력성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흔히 맹수들은 배고프지 않을 때에는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이 정말맞는지 모르겠다. 사냥개는 풀어놓으면 자기 먹이감이 아닌 동물이라도 자기보다 힘이 약하면 공격하여 죽이는 습성이 있다. 폭력성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폭력성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져있다. 개인차원이든 집단차원이든 폭력을 근원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 개인차원의 폭력을 줄이기 위해 사회규범과 형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집단차원의 폭력을 줄이는 일이다.

생산력의 증대로인해 인간사회의 평화가 깨졌다고 하는 앞서 살펴본 이론은 집단폭력 곧 집단간 전쟁이 진짜 문제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스포츠는 인간의 폭력성을 다른 데로 발산시킴으로써 폭력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종교도 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집단폭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정치체제다.

독재정치체제는 폭력을 그 본질로 한다. 독재자들은 폭력을 통한 권력확장을 멈추지 않는다. 나라안에서 독재체제가 이루어지면 나라밖으로 영역확장을 도모한다. 푸틴은 이미 시작했지만, 현하 지구상에는 밖으로 권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위험한 독재자들이 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기를 중심으로한 지휘부가 공격받을 경우 자동으로 핵타격을 가한다는 조항을 핵무력관련법에 명시했다. 자신의 권력이 수백만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독재자들의 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대만복속을 위해서 무력사용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진핑이 1인체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자신이 대만복속을 성취하겠다는 의도도 있을지 모른다.

민주정치체제가 집단폭력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민주정치체제에서는 폭력이 아닌 선거로 권력을 쟁취한다. 스포츠에서 화살이 아닌 축구공을 쏘는 것처럼. 푸틴이 원정에 실패한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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