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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칼럼] 깊고 먼 우주를 바라본다
[채수찬칼럼] 깊고 먼 우주를 바라본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1.02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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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일년중 해가 가장 짧은 날이 동지다. 이날은 말하자면 죽어가던 해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날이므로 선사시대부터 어느 문명에서나 이를 경축했다. 크리스마스도 동짓날로부터 행해지는 축제로부터 기원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원래 방탕한 축제였는데 가족 중심의 명절로 된 것은 19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전통이다. 새해도 동짓날 며칠 뒤에 시작된다.

우리는 해와 달과 별들의 움직임 속에서 지나가는 세월을 헤아리고 인식한다. 어제 저녁에는 시골집 근방의 저수지 주변을 휴가차 온 아들과 함께 걸었다. 아들이 귀에 꽂아준 블루투스 리시버로 피아노 야상곡을 들으며 산책하니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 든다. 하늘을 바라보니 방패 모양의 오리온 별자리 가운데 있는 삼태성이 눈에 들어왔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있노라면 경이로운 우주의 생성과 온갖 현상에 대한 가없는 상념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올해 8월에 워싱턴 DC에서 한미과학기술자협회 주최로 열린 한미 학술회의에 참가했다.

첫 번째 전체강연의 제목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적외선 보물함 열기’였고, 연자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의 선임과학자인 존 매더였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10조원 이상 들어간 프로젝트인데 작년 크리스마스 때 발사되어 올해 7월에 설치가 완료되었고, 그의 강연에서는 막 전송되어 들어오기 시작한 아름답고 장대한 우주의 모습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우주망원경 발사 1주년을 맞아 이번달에는 볼티모어에서 그동안의 관측성과를 발표하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관측성과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학자들의 기대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우주가 탄생된 것은 138억년전인데, 탄생초기인 3250만년전의 빛까지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었고, 관측된 가장 먼 별의 빛은 130억년 걸려서 망원경에 도달한 것이었다. 많은 젊은 과학자들의 발표가 있었는데, 필자가 20년간 재직했던 라이스대학교의 조교수인 메건 라이터는 카리나 성좌에 있는 우주절벽 속으로 가는 '깊은 잠수'의 길잡이가 되어 새로 탄생한 별들이 뿜어내는 물질들과 그 물결에 대해 설명하였다. 마지막 강연은 앞서 언급한 매더 박사가 했는데, 먼저 10년전에 삭감될 뻔한 예산을 구해준 정치인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 우주를 깊고 멀리 관찰하는 망원경에 10조원의 예산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음 프로젝트로 ‘거주가능한 세계 관측소’라 불리는 태양계 밖의 행성을 관찰하기 위한 망원경 계획을 얘기하였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이름은 생각해보면 좀 웃긴다. 빛이 짧아도 몇 년, 길게는 수십억년 걸려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행성을 거주가능한 세계라고 부른다. 공상영화에서는 가능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크리스마스날에는 극장에 가서 영화 아바타를 3차원 영상으로 봤다. 우주선을 타고 거주가능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나선 인류는 행성의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침략자다. 영화에서 원주민들은 평화를 추구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뭉쳐있다. 이야기 줄거리는 탐탁치 않았지만 그래픽으로 처리한 영상은 경탄할 만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물 속을 헤엄치는 장면들은 경이로웠다.

아바타 영화를 본 뒤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의 노준용교수를 만났는데, 아바타의 그래픽 작업에 자기 연구실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수학을 전공하고 코딩을 공부한 학생들이 이런 작업을 한다고 한다. 우주를 탐험하는 것은 인류의 꿈이다. 도달할 수 없는 깊고 먼 우주를 망원경으로 바라보며, 공상영화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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