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55 (목)
[기자수첩] 법대로 하자?
[기자수첩] 법대로 하자?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3.04.13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뭐 하나 자신이 손해볼 성싶으면 모든 것을 법대로 하자는 사람이 있었다.

허나 우리 생활에 법대로 처리되는 일이 몇이나 있을까. 조직 내 인간관계와 사회적 합의, 사건의 선행 관계에 입각해 약간 손해가 있을지라도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처리되는 일이 더욱 많다. 어느 상가에 빵집이 잘 된다고 그 옆에 또 빵집을 내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상도의라는 게 있는 것이다.

법으로 따지고 들어가려는 순간, 남는 것은 이해관계뿐이다. 조직 생활이 가능할 리 없다. 그 법대로 하던 양반은 제 버릇 남 못 주는지 이곳저곳 직장을 옮겨다니는 ‘저니맨’으로 전락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한 공공기관에서 집행한 방송장비 입찰이 구설수에 올랐다.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여러 정황상 공개입찰의 탈을 쓴 일감 몰아주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발주처로부터 듣는 얘기는 어쩜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법대로 집행했단다.

인생을 살아보니 우리는 법이란 것이 얼마나 허술한 지 몸소 체험해보지 않았던가. 그 법조차 인간이 만든 것인지라, 수백번 고쳐쓰고 고쳐쓰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법을 고치기란 너무나도 힘이 드는 일이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법이 세상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이유다.

공공부문에서 집행하는 사업일수록 법대로 하기 이전에 최우선해야 할 가치가 있다. 바로 국민의 혈세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더더욱 심사숙고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구설수에 오른 사업 역시 과도한 예산 집행이 한몫 한다. 외산제품을 써야하니 비싸다는 논리다. 그런데 산업계는 국산제품을 쓸 경우 절반의 예산으로도 가능하단다. 국민의 세금이 하늘로 증발하는 순간이다.

법이 현장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공개하면 된다. 산업계가 지적하는 문제도 상당부분이 ‘깜깜이 행정’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보가 공개되면 아무리 불합리한 일이라도 자정작용이란 것이 발동한다. 가뜩이나 작은 시장인 방송장비 산업이 깜깜이 행정으로 일관된다면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 뻔하다.

한 업계 종사자가 방송장비 기사에 고마움을 표한 적이 있다. 이 바닥은 기사 한줄일지언정 뭐라도 하나 일반에 알려져야 한다는 말씀이다.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씁쓸함이 밀려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3-28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