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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생명의 무게
[기자수첩] 한 생명의 무게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3.04.17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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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정보통신신문=최아름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특히 사망 사고 발생 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 경영계는 처벌 강도가 과도하다며, 법령의 무효화 또는 대폭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이다. 법령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근로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민법상 손해액의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시행 1년의 성적표는 어떨까.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611건)으로 전년 683명(665건)보다 39명(5.7%)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 248명(234건)보다 8명(3.2%) 많아졌다.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영계 측의 논거로 쓰이는 통계다.

오히려 아직 법 적용 대상이 아닌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크게(47명, 10.8%) 줄었다.

그럼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경영과 경영자측에 막대한 부담만 안겨주고 그에 비해 사고 예방의 효과는 미미한, ‘대폭 손질’이 필요한 법령일까?

현장에서 만난 목소리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실제 현장 안전도 제고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

현장 출신으로 기간통신사에 근무 중인 그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는 경영자들이 영리를 1순위에 뒀기에, 근로자들을 혹사시키며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주의 강도가 높아지고 안전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하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단다. 그러다 보니 이 기업에서 매년 일어나던 사망사고는 지난해 ‘0건’을 기록했다.

그는 7~8년 전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동료가 하반신 마비가 돼 퇴직하는 것을 지켜봤다. 몸의 장애도 문제였지만, 정신적 충격(PTSD)의 치유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한 가정이 만신창이가 됐고, 회사에서 나온 보상금은 아무리 많다 한들 그 모든 비극을 보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는 근로자를 기업의 영리 달성의 수단으로만 보는 경영계의 인식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상 사고에 대한 유례 없는 과도한 벌금과 형사 처벌은 기업 및 경영자에게 막대한 부담이다. 1건의 사고는 중소업체에는 기업의 존망과 직결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발효를 통해 경영자의 현장 근로자 안전에 대한 안전 인식이 제고되고, 지속적인 안전 교육과 관리감독을 통해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어떤 법을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한 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법령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참 어려운 숙제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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