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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피하기 힘든 미국의 중국견제 정책
모순을 피하기 힘든 미국의 중국견제 정책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3.05.30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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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등 서방진영의 입장이 천명됐다. 그런데 발표된 내용을 분석해보면 중국견제 정책의 한계도 드러났다. 중국은 G7 정상회의가 표명한 입장을 비판하며, 미국이 오히려 공정한 시장질서를 저해한다고 역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의 비판에도 일리가 있다. 미국의 정책들이 중국의 부당한 행태에 대한 규제를 넘어 다른 나라 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이 조치에 관한한 필자는 솔직히 고소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마이크론은 공정경쟁 보다는 로비를 통해 경쟁자들을 방해하는 데 더 힘써온 전과가 있는 회사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마이크론은 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 지원을 방해했다. 유동성 지원이 한국의 재벌기업들을 돕는 데 쓰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고 미국의 정치권에 로비했다. 마이크론의 로비에 넘어간 정치인들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한국 지원을 반대하기도 했다. 당시 이런 흐름을 차단하고자 하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인의 요청으로 필자는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 한국의 경제위기가 남북대치 상황에서 안보위기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설득하며 지원을 약속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마이크론은 미국의 고도기술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으로 자신이 수출 못하는 물량을 한국기업들이 수출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기업들이 너무 날뛰면 미국의 정책은 국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이 국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민주적 질서를 존중하지 않고 힘에 의한 영향력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국내적으로는 권력집중과 장기집권을 제한하던 공산당 내부의 전통이 무너졌다. 대외적으로는 신장된 국력을 지렛대로 주변국들에 힘을 과시하는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그 동안 중국을 미국기업들의 생산기지로 활용하여 중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고 지적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 중국이 급성장하여 시장질서뿐만 아니라 안보질서도 위협받는다고 판단되자 중국의 성장에 제동을 거는 쪽으로 선회하였다. 그런데 미국의 중국견제 정책은 그 목표는 수긍이 되지만 그 실행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피하기 힘든 본질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견제 정책은 시장에 개입하는 규제와 선별적 기업지원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원래 시장의 행태를 규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선 어디까지가 정당한 이윤추구행위고 어디까지가 불공정한 행위인가를 판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불공정한 행위임이 분명한 경우라도, 어느 한 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으로 출구를 찾는 게 이윤추구의 속성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 있는 규제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규제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해관계자들의 로비에 휘둘리기가 쉽다.

선별적 기업지원은 이른바 산업정책으로서 자유경쟁시장을 원칙으로 여기는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익숙한 정책은 아니다. 고도성장기에 산업정책을 활용하던 일본이나 한국도 이제는 산업정책에서 졸업해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자신들이 비판하던 산업정책을 하게 됐다. 더욱이 자국에 필요한 산업을 육성하는 산업정책을 넘어서 미국기업과 경쟁하는 다른 나라 기업들을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불공정한 정책도 만들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이 미국기업들의 로비에 휘둘리는 것은 경쟁기업을 가진 나라들에게는 심각한 일이지만 지엽적인 문제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경제의 상호의존성 때문에 분리(decoupling)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산업만 하더라도, 국제적인 수직분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분업의 한 축

이 되는 어느 한 나라를 배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아주 단순화해서 보자면, 반도체산업의 국제적 수직분업은 다섯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일본과 유럽은 장비생산에 특화되어 있다. 한국은 주로 제품설계와 제조를 맡고, 대만은 제조를 맡는다. 중국은 조립·검사·포장을 맡는다.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반도체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반도체산업 하나도 분리가 불가능한 데, 경제전체의 상호의존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상호의존은 사실 좋은 것이다. 경제적으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안보 질서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기능을 한다. 수직분업으로 보완적 협력을 하고 있는 나라들은 함께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는 한 전쟁을 할 수 없다.

미국의 중국견제 정책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질서를 저해하며 팽창하는 중국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면 전략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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