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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동떨어진 ‘직생제’…국내 방송장비산업 멍든다
현실 동떨어진 ‘직생제’…국내 방송장비산업 멍든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3.06.10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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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직접생산해야 조달 참여
“시스템 특성 고려없이 너무 엄격”

전관방송 등은 위탁생산 품목 상존
실태조사서 ‘불법’ 간주…업계 ‘발칵’

경제성 없어 전체 장비 제조에 부담
“현실 고려한 탄력적 적용 절실”
다수의 장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전관방송시스템.
다수의 장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전관방송시스템.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방송장비업계가 제품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직접생산확인제도(이하 직생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시행된 조달청의 직생제 실태조사에서 일부 품목이 불법으로 지목되면서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직접생산확인제도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 제9조에 의거,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의 방법 또는 1000만원 이상의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제품조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중소기업자의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술력 중심의 경쟁을 유도하고 신생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함과 동시에, 중소기업들이 공공 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시설을 스스로 보유하고 직접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수입대체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취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국내 방송장비업계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구조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직접생산을 증명해야 할 범위가 방송장비의 특성을 무시할 만큼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산업용 음향기기가 도마위에 올랐다.

산업용 음향기기는 호텔, 학교 등에서 안내 방송이나 배경음악(BGM) 등을 제공하는 전관방송시스템(PA)과 방송국, 공연장 등에서 고음질 음향을 전달하는 프로음향(SR)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러한 산업용 음향기기는 한 시스템이 온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10~15개 개별 장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시스템은 기능을 상실한다는 설명이다.

해당 구성 장비들에는 증폭장비, 전원공급기, 스피커 셀렉터, 비상방송용 배터리 충전기 등을 비롯해 장비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랙 캐비닛, 라디오 모듈, CD, 타이머 등의 액세서리 장비 등이 있다.

문제는 직생제에 따르기 위해선 이러한 장비들을 각 회사가 모두 직접생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일부 액세서리들의 위탁생산은 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관련업계가 조달청의 직생제 실태조사를 받게 되면서 이러한 관행이 불법으로 간주돼 졸지에 방송장비 산업계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됐다는 성토다. 공공부문에 판로가 막힌 일부 기업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상 국내 기업 중 직접생산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랙 캐비닛을 예로 들면 사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랙 캐비닛은 개별 장비들을 수납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를 직접생산하기 위해선 절곡기, 절단기, 용접기, 연마기, 레이저 프레스 등이 필요한데 이를 모두 갖추기 위해선 수십억원에 달하는 장비 구매와 금형 제작 투자가 필요하다. 영세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업계 현실상 이러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기업은 전무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모두 갖춰 직생제를 통과할 수 있는 기업은 이미 중소기업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직생제를 적용할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 종사자들은 직생제의 보완과 탄력적 운용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풀 시스템이 구성돼야 작동하는 산업용 음향기기의 경우, 원산지증명과 함께 주된 구성품은 반드시 직접생산을 하도록 하고 랙 캐비닛, 스피커, 시그널 소스(CD, 라디오 등) 등은 직생 예외품목으로 분류해 기업들의 시스템 제조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직생제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선을 긋는다.

즉, 예외품목이라 하더라도 원산지증명은 강화해 싸구려 중국제가 시장에 판치도록 해서는 안 되며,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판로가 지원될 수 있도록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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