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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도 얼음과 잔설 보여…대자연 장관
7월에도 얼음과 잔설 보여…대자연 장관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03.10.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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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본지 논설위원·공학박사

민족의 영산! 백두산

반세기 동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금단의 땅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글로써는 도저히 표현하기 힘든 두렵고 가슴 벅찬 감정이었다.
우선 필자가 탄 비행기가 1시간 여 만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극적인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북한 땅을 밟았다는 사실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우리가 북한에 느꼈던 소원함은 지리상의 거리가 아닌 이데올로기의 차이였다는 사실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북한의 산하는 우리 나라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북한의 산은 한마디로 산림녹화 사업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치산치수에 힘입어 다시금 푸르름을 되찾은 우리의 산과 강에 자긍심과 고마움이 느껴졌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 평양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속에 보이는 평양 시가지는 고도의 색깔을 모두 잃어버린 회색의 도시였고 풍요는 없고 온갖 구호와 초상화만이 빈곤을 덮어 둔 모습이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역사와 전통이 깃든 역사의 도시 평양 풍경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북한 방문 2일째, 이번 방문에 있어 가장 기대되던 백두산 등정이 있었다. 연중 비오는 날이 270일이나 되는 단군신화의 발상지,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우리민족의 신령한 산, 백두산.
백두산은 기상변화가 대단히 심한 고산기후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우천에 대비한 묘향산 등반계획도 세워놓았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것일까? 백두산은 푸르른 하늘아래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예로부터 백두산은 신성한 산, 문화의 발상지로 인식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단군신화가 그러하고 중국의 경우에도 청나라를 비롯한 여러 왕조에서 그들 왕조의 발상지로 여기며 신성시 해왔던 것이다.
높이 2,744m의 휴화산인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산정상부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부석층(화산폭발시 용암이 잘게 부서져 쌓인 층)에 덮여 항상 흰색을 띄고 있다고 한다. '백두(白頭)'라는 이름도 여기서 생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백두산은 1702년의 화산활동을 마지막으로 기나긴 잠에 들어간 상태다.
필자 일행은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삼지연공항은 백두산에 소재한 공항으로 각종 시설이 지극히 낙후된 상태였다. 활주로는 정비되지 않아 착륙시 비행기 동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화장실은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나 보았음직한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그 사회 문화 수준을 보려면 화장실을 보라'는 말처럼 북한의 화장실 문화는 성장이 멈춰버린 북한 경제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의 현실은 화장실에까지 관심을 기울일만한 여유가 없는 듯 했다.
삼지연 공항을 출발해 천지를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우리는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미인송 숲을 가로질러 갔다.
백두산의 산림은 세계적으로 그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980년 유네스코가 '국제 자연보호구'로 지정한 것이다. 백두산에는 현재 173종의 조류와 300여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미인송을 포함해 온갖 희귀식물들도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일행이 천지에 올랐을 때, 하늘은 보기 드물 정도로 맑았다. 연중 이렇게 화창하고 청명한 날은 2∼3일 정도인데 그 중의 하루였으니 많은 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방문한 분들의 말을 빌리면 천지는 일순간의 풍경도 사진에 담기 어렵다고 한다. 필자 일행은 너무나 감격스러운 나머지 다시 방문 할 때는 백두산을 멋진 작품 사진으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정상에서 만난 군복차림의 북한 여성안내원을 만나 같이 사진을 찍었다. 언제부터 근무하느냐고 물으니 "6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만 개방한다"고 답했다.
그 외의 기간은 변화무쌍한 일기 관계로 폐쇄하는 모양이다. 그 여성안내원의 얼굴 피부를 보니 백두산 정상의 바람이 세긴 센 모양이다. 여성의 피부로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거칠었다. 하지만 표정은 매우 밝았다.
필자 일행은 전설 속의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을 한 후, 일제 강점시절 독립운동을 했다는 장소로 옮기던 중 이름 모를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 있는 풀밭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바라보면서 민족화해 추진협의회가 마련한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때의 공기는 서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신선했다. 이에 필자 일행은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심정으로 가슴 속 깊이 심호흡을 했다.
이때가 7월 말경인데도 멀리 백두산 주위의 얼음과 잔설이 보였다. 가시거리가 끝없이 길다는 느낌과 함께 백두산은 아직도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주민들의 삶도 자연 그대로, 한마디로 문명을 멀리한 채 있는 그대로 생계를 이어 가는 듯했다.
단일 민족으로서 분단의 아픔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문화의 차이가 더욱더 커지고 감정의 골도 깊어지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점점 멀어지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뒤로한 채 백두산의 정기를 받아 귀국하면 모든 일이 잘 풀어 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은 채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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