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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싸이질'에 빠진 날
네티즌이 '싸이질'에 빠진 날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4.07.19 18:07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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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열풍 온라인 넘어 '사회현상'으로 확산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회사원 P씨(33)는 회사에 출근해 오전 업무를 처리한 뒤 주위를 둘러본다. '싸이질'을 시작하기 위해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P씨는 우선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접속, 밤새 누가 무슨 글을 남겼는지 확인하고 일일이 답글을 달아준다. 이어 자신과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미니 홈피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중학교 동창의 요즘 사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짓다가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 친구의 홈페이지를 찾아간다. 실제로는 그 친구에게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사이버 공간에선 언제든지 그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추억에 젖는 게 P씨에겐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업무 시간에 하는 '싸이질'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노릇. 시계의 분침이 어느새 오후 12시에 가까이 와 있으니 큰 일이다. 10분만 '싸이질'을 하기로 했는데 1시간을 훌쩍 넘겨 점심시간이 다 된 것이다.


'싸이홀릭' 넘어 '싸이폐인'까지

P씨처럼 '싸이질'에 빠진 사람이 늘고 있다.

'싸이질'이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www.cyworld.com)에 만든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방문해 디지털 사진과 글 등을 올리고 자신의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의 미니홈페이지를 방문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칭하는 인터넷 상의 속어다.

'싸이질'에 익숙한 사람들은 주로 10∼30대의 젊은 층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터넷 사용이 빈번하지 않은 사람들은 '싸이질'이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싸이월드 열풍은 온라인의 한계를 넘어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각종 소문과 뉴스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퍼져나갔고 정치인에서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싸이월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혹자는 현대인을 '싸이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누기도 한다.
관련 신조어도 여러 개 생겨났다. 싸이질에 집착하는 사람을 '싸이홀릭'이라 부르고 심하게 중독된 사람을 '싸이폐인'으로 일컫는다.


회사에선 '도토리' 대박

싸이월드의 위력은 여러 가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웹사이트 조사업체 메트릭스에 따르면 싸이월드를 서비스하는 네이트 닷컴이 38억1000만건의 주간(6월 21∼27일) 페이지뷰를 기록해 37억8000만건에 그친 다음을 앞섰다.

페이지뷰는 특정 사이트에 대한 이용자들의 클릭 횟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이트의 이용 빈도와 인기를 보여준다.

네이트 닷컴의 페이지뷰 1위 등극은 싸이월드 서비스의 급속한 성장 덕분으로 풀이된다. 네이트닷컴은 페이지뷰 에서 이미 작년 12월에 야후코리아, 올 1월에 네이버를 앞지른 데 이어 인터넷 포털의 지존으로 군림했던 다음까지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싸이월드의 인기몰이는 회사의 수익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싸이월드 회원들은 실제 돈이나 마일리지 포인트를 일종의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와 맞바꾼 뒤 자신의 홈페이지를 꾸미게 된다. '도토리' 한 알의 가격은 100원인데 방문자와 회원들이 늘어날수록 '도토리' 판매 수익도 증가하는 것이다.

싸이월드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1년 9월 싸이월드를 인수하기 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런 회사가 '도토리'를 파는 것만으로 지난해 80억원을 벌어들였다. 요즘은 하루 1억원 이상의 도토리 판매 수익을 올릴 정도다.
이와 관련 한 증권회사는 "싸이월드가 SK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기업선 '싸이' 금지령

회사원들이 근무 시간에 싸이질에 몰두하는 일이 잦아지자 일부 기업에선 미니 홈페이지에 자물쇠를 채우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들은 최근 사내 인터넷망을 이용한 싸이월드 접속을 강제로 막는 조치를 취했다. 최근까지 싸이월드 접속을 막은 삼성 계열사는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생명 등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증권, 게임, 음란 사이트 등에 이어 추가로 싸이월드가 '접근 금지 사이트'가 된 것이다.

LG CNS도 지난달 말부터 근무시간 동안 싸이월드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점심시간과 오후 7시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사측은 "싸이월드 접속을 강제로 차단한 것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사내 전산망 운용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보 유출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한다. 미니홈페이지가 주로 디지털사진이나 글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알리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직장에서 접속할 경우 회사 내부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싸이인가
싸이월드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사람찾기' 기능에 있다.

싸이월드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용자 이름과 태어난 해만 알면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e메일 주소를 알고 있다면 만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학교 동창들이나 옛날 애인의 최근 모습도 싸이월드 속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끊어졌던 관계를 인터넷 공간에서 다시 이을 수 있다는 것은 네티즌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선다.

또 쉽게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기능 덕에 싸이월드는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훔쳐보기 본능을 자극한다. 생면부지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글 등을 훔쳐보는 쾌감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일상을 타인에게 엿보이고 싶은 '노출'의 본능도 훔쳐보기의 정서와 맞물려 있다.

'성역'과 '특권'의 벽을 허물고 있는 것도 싸이월드 열풍의 한 요인이다. 싸이월드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재벌가의 일상과 연예인의 사생활도 시원하게 공개된다.

노무현 대통령 며느리의 일상이 공개되는가 하면 원정출산 논란 일으켰던 삼성그룹 이재용 상무의 득녀소식과 실탄 사격하는 가수 유승준의 최근 모습도 싸이를 통해 공개됐다. 마냥 신비스럽게 여겨지던 유명 연예인들도 싸이월드에선 일상 생활에서 찍은 사진들을 스스럼없이 올려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다 싸이월드에 빠진 네티즌들이 자신만 '싸이홀릭'이 되는데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싸이에 가입할 것을 적극 권유하면서 일종의 연쇄 중독을 유발, 싸이월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급속한 확산으로 사이버 상의 협박, 스토킹 같은 불상사도 생긴다. 특정인의 과거를 캐내 위협하거나 성형수술 사실을 알아내 사이버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골탕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싸이월드를 통해 이성친구나 배우자의 과거를 알게 돼 이별이나 이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알아봤자 좋을 게 없는 개인정보들이 너무 많이 노출된 데 따른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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