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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값진 은메달의 감동
금보다 값진 은메달의 감동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04.11.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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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본지 논설위원·공학박사·보성통신(주) 대표

세계 정상 오르려면 끝없는 노력 필요
IT업계도 기술개발·경영혁신 힘써야


"덴마크에서는 매년 9000여 회의 핸드볼 경기가 열립니다. 주말 오후나 밤 10시에 벌어지는 경기에는 열광하는 관중들로 빈자리가 없습니다. 이번 올림픽에도 여자 대표팀의 핸드볼 경기가 열릴 때마다 여왕과 왕세자 부부 등 왕실에서는 물론, 수천 명의 덴마크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열성적인 응원을 했습니다. 국가대표로 뛰는 15명의 선수들은 국민적인 스타여서 스포츠 프로그램은 물론 시사·연예프로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덴마크에서 공부하고 있는 어떤 분이 모 일간지에 보낸 글의 일부분이다. 덴마크 사람들이 응원에 열성적인 건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붉은악마의 원조가 덴마크라는 것을 알면 잘 이해가 될 것 같다.

덴마크는 189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핸드볼을 시작한 나라다. 덴마크에서 핸드볼은 우리나라의 축구만큼이나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프로팀만 해도 약 50개에 이른다. 핸드볼은 덴마크의 국민스포츠인 셈이다.

덴마크에서는 아테네 올림픽 내내 한국 여자 핸드볼팀에 관한 뉴스를 전했다고 한다. 한국팀은 정말 훌륭하고 환상적이라는 말과 함께 실력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선수들이 올림픽이 끝나면 특별히 갈 데가 없다는 것을 덴마크 사람들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비인기 종목으로 낙인찍혀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한국 선수들의 실정을 알 리가 없으니 당연히 뒤로 넘어질 일이다.

이렇듯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큰 성과를 거둔 만큼 여자 핸드볼 팀의 은메달은 금메달 보다 더 값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여겨보면 지난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보다 귀한 은메달을 딴 것은 비단 핸드볼 팀뿐만이 아니다. 여자역도의 시상식장에서 보인 장미란 선수의 상처난 손바닥은 메달 색깔에만 연연하던 우리의 편협함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날 장 선수는 인상 3차시기부터 손바닥이 벗겨져 피가 흥건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괴력을 발휘해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그 외에도 남자 배드민턴 단식의 손승모 선수는 한쪽 눈이 거의 실명인 상태에서 우리나라 배드민턴 단식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온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필자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보인 우리 선수들의 처절한 혈투를 보면서 우리 경제와 정보통신업계의 현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기의 실상은 어떠한가? 핵심부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수출이 늘더라도 자연히 로열티 지출도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국내 통신부품 업계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자금난으로 연구개발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이 대부분이고 부품의 초소형, 집적화 추세에 따라 제품 생산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어서 중소기업으로서는 원만한 경영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대외적으로는 우리 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으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이야말로 긴급수혈이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핵심기술력 없이 이뤄 놓은 세계정상이란 불안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선수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4년 전 태극마크를 달았던 '아줌마' 선수들이 아이를 집에 두고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우리 정보통신업계도 기술개발에 힘을 쏟지 않는다면 세계정상의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란 얘기다.

회선사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며 세계 통신기기의 BMT(Bench Marking Test)장으로까지 인식됐던 우리나라의 통신시장은 지금 침체기에 빠져있다. 이는 국정운영의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마저 장기 침체에 빠져들어 IT투자가 위축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기업이나 정부의 투자기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주로 중소기업이 집중돼 있는 정보통신공사업계일 것이다.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우리나라 IT 인프라 구축의 주역으로서 정보통신 강국의 토대를 닦았지만 공사 물량의 감소와 뿌리 깊은 계열사 하도급 관행, 저가 입찰로 인해 지금은 역사가 깊고 기술력을 갖춘 일부 업체만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대내외적 여건을 감안할 때 정보통신공사업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보통신공사업을 비롯해 우리 IT산업이 건실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정책 지원과 통신업계의 과감한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책적 일관성과 통신업계의 체질개선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은 유효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을 극대화시켜 세계 최고 무대에서 우위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나라가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원동력이 됨은 물론이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연출했던 감동의 드라마는 머지않아 잊혀질 것이고 앞으로 4년 후까지 우리는 다시 TV에서 비인기 종목이라고 불리는 경기들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4년 후 우리나라가 세계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선수와 국민들의 하나된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끊임없는 실력배양과 함께 성공적인 세대교체에 힘써야 하며 국민들은 그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과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 힘과 스피드를 필요로 하는 올림픽 게임에서 그 동안 우리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신력과 노련함만으로 계속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보통신공사업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자리 매김 하는데 밑거름역할을 했다는 점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기술력 향상과 신기술 도입에 매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바젤 협정에 대비한 기업 재무구조의 개선과 경영 혁신도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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