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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의 교훈
'싼 게 비지떡'의 교훈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03.08.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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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본지 논설위원·공학박사

적정 공사비 확보돼야 양질의 시공 가능
수익성 향상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얼마 전 건설회사에서 시공 건축물에 대한 정보통신공사 발주가 있었다.
보통 발주처에서는 입찰이나 수의계약에 응하는 업체들이 일정 범위 내에서 공사금액에 대한 손익을 분석해 입찰이나 수의계약에 임할지를 결정하고 또 그에 대한 예산을 수립할 수 있도록 예정가격이라는 것을 주게 된다.

그런데 이 건설회사에서 제시한 예정가격은 설계금액의 40% 수준으로 과도하게 낮게 책정돼 공사업체의 출혈 공사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건설업체에게 설계가격의 40% 수준으로 공사금액을 정하게 되면 실제 공사비는 설계금액의 30% 수준에서 결정되기 마련이다. 해당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시공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원리를 거론하며 '이익이 안되는 공사는 안하면 그만 아니냐'고 얘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경제원리와는 다른 많은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의 경우 매년 그 전해의 공사 실적을 가지고 시공능력 평가를 하게 되고 그 시공능력 평가는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는데 결정적인 판단근거로 이용된다.

또 입찰에 응할 때에도 보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관련 공사의 시공 실적이 필수적이고 그 공사금액이 많고 적음 역시 공사 수주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시공업체의 결정적인 약점을 이용해 공사원가를 과도하게 낮추면 그 피해는 해당 건설회사가 아닌 그 건축물의 입주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시공업체가 공사계약금액 범위 내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형태의 원가절감 방안이 마련될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 업체의 수익 창출이 아닌 생존을 목적으로 부실시공에 대한 시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분야에서도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공사금액이 부실시공의 형태로 입주자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는 경우를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그 단편적인 예로 콘크리트의 내용연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들 수 있다. 시공 후 100년에 이른다는 콘크리트의 내용연수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30년을 넘기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부실시공은 비단 건설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공사에 있어서도 부실시공을 통한 원가절감 시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있어 왔다. 동시에 이러한 부당 행위에 따른 심각한 파급효과 또한 결코 가볍게 취급될 수 없기에 시공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노력도 있어 왔다.

특히 정부에서는 시공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사의 일반적인 기준을 설정해 업자들이 이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또한 양질의 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저가 입찰제도가 아닌 예정가 입찰제도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예정가격을 산출하기 위한 공사원가 계산에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건설공사의 경우에 있어서도 정보통신공사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인정해 전기공사, 소방설비공사와 더불어 일반 건설공사와는 분리해 발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좋은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각종 제도로 인해 일선 시공현장에서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긍정적인 면은 양질의 시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고 부정적인 면은 부실공사를 부추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신공사업계의 수익성 악화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표준품셈은 법적 강제성을 갖지 못해 일반 업체에서는 각자의 품셈을 별도로 산정해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공사업체들이 적정 공사비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지난 1996년 2,800여 개였던 통신공사업체 수가 2002년도에 이르러 약 5,000여개로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업계의 과도한 경쟁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또한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시장과 대체 시장에 대한 투자 연기로 인해 공사 물량도 급격히 축소돼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나빠지고 있고 작아지는 시장규모와 급격히 팽창한 업체 수는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값을 제대로 치르고 마련한 물건은 그 가격만큼 제값을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터득돼 온 선조들의 지혜가 근시안적인 이익을 위해 외면되고 결국 싼 가격만큼 낮은 시공 품질이 후일 국가자원의 더 많은 낭비를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 해 봐야 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때 '1원 낙찰'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시스템 개발업체들이 저가 수주를 지양하기로 한 것은 대단히 긍정적인 일로 평가돼야 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시공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제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켜 결국 생존 능력을 잃어버리고 해당 산업전체가 고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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