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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지정 반드시 단일화 해야하나'
'협력업체 지정 반드시 단일화 해야하나'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03.05.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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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본지 논설위원·공학박사

단일화 방식 해당업체 수익성 악화 초래
업계 공정경쟁 저해·경쟁력 약화 우려

얼마 전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인 D기업에서 협력업체 선정이 있었다.

협력업체 선정제도는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이 기업 경영의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일반적인 경영기법이기에 제도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D기업의 협력업체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여타 경쟁 기업의 협력업체는 이 기업의 협력업체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이다.

이 기업이 제시한 협력업체 신청기업의 자격요건을 보면 '신청일 현재 타 경쟁사의 협력업체로 지정돼 있지 않거나 협력업체로 지정시 타 경쟁업체의 협력업체 관계를 포기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돼 있다. 즉 D기업의 협력업체로 선정될 경우 오직 이 기업하고만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결코 무심히 넘길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특히 이 조항은 공정거래를 저해 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건설업체나 기간통신사업자의 협력업체 제도는 정보통신공사업체와의 윈-윈(win-win)을 도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분명히 고려해야 할 것은 협력업체 등록신청을 하는 회사들이 대부분 중소 규모의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란 점이다.

그런데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단일화된 협력업체 관계를 강요한다면 중소업체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회사의 생존을 오직 하나의 통신사업자에게 맡기는 결과를 낳게 되며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독자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기술력이나 시공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소위 '줄서기'를 잘한 기업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업체가 가진 기술력과 경험적 요소가 외면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협력업체 신청 기업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정보통신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게다가 단일화된 협력업체 선정 방식은 정보통신산업에서 기간통신사업자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협력업체의 수익성 악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공사원가 산정 방식도 짚어 볼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자사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표준품셈'이라는 정형화되고 인증된 가격산정 방식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간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원가부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표준품셈 미적용에 따른 피해를 알고 있기에 정부에서는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표준품셈을 적용해 공사원가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고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이의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표준품셈 적용기준을 개정해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공사에 개정된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통신사업자들은 표준품셈을 적용하는 대신 각기 자신들의 가격산정기준에 따라 공사비용을 산정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화된 협력업체 선정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수익성 악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최근 SI(시스템통합) 업계에서 '1원 입찰'이 만연했던 것처럼 협력업체들을 부실하게 만들고 정보통신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물론 단일화된 협력업체 선정 방식이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과거 한 백화점에서는 다른 백화점에 물품을 납품할 경우 해당 백화점에 설치된 매장을 철수시키거나 물품 납품을 거부한 경우도 있었고 휴대폰 판매점도 한 개의 지정 업체 물품만 취급하도록 했던 사례가 있었다.

또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판매원가를 전가시키는 행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모 패스트푸드점에서 각 체인점에 할인 행사비용을 전가시키고 백화점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위 경우 모두 불공정거래행위로 인정돼 관계 당국으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아 현재는 다원화된 협력업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특히 휴대폰 판매의 경우 업계 스스로 이러한 다원적 협력업체 관계를 확립함으로써 원 스톱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즉 한 공간에서 여러 회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가 각 사의 제품을 비교해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협력업체 단일화가 거대 기업의 입지를 일방적으로 강화시킴으로써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며 이로 인해 많은 불합리한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을 정부와 업계에서 공감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공정 경쟁의 저해는 시장에서 각 경제주체들의 수요와 공급이 자율적으로 균형을 이룬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틀을 깨뜨릴 우려가 있다. 아울러 이는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구조를 왜곡시켜 소규모 생산 업체의 고사를 유발하며 독점 사업으로 자원이 집중되게 만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된 시장 독점과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이런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당연히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기업의 효율성 추구에 목적을 두고 있는 협력업체 선정이 폐쇄적이고 편협한 기업 이기주의에 의해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이는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또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서 사회 봉사와 국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업윤리에 입각해 볼 때도 우리가 아닌 나만을 생각하는 기업의 발상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타 경쟁사의 협력업체도 자기회사의 협력업체가 될 수 있다는 개방적 사고방식과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고려하는 넓은 안목의 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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