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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룡의 다사다언(多思多言) 제 14 화 흥부놀부 이야기
공문룡의 다사다언(多思多言) 제 14 화 흥부놀부 이야기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7.03.05 09:01
  • 호수 1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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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에 전라도 남원에서 흥부가 살았던 집터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나라 안에 쫙 퍼졌었다. 그 바람에 전국 각지에서 풍수깨나 한다는 이들이 몰려들어 저마다 패철(佩鐵)을 들이대며 '와혈'이다, '괴혈'이다, '아니다 고둔터'다 해가며 의견들이 분분했다.

필자도 그 중 하나였는데 남원시 아영면에 있는 '흥부집터'는 그 옛날 삼남대로(三南大路)가 지나던 길옆  야산 아래 손바닥만 한 밭뙈기였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곳은 흥부라는 졸부(猝富)를 배출할만한 풍수적인 여건이 아니었다.

거기 외에 남원시 동면에도 흥부 집터가 있다기에 가봤지만 역시 부자가 나올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 들어 내막을 알아보니 그곳 주민들이 흥부집터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각지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려는 사단이었다.

남원 일대가 옛날부터 박농사를 많이 짓다보니 농가소득도 올릴 겸 흥부 집터를 내세워 '흥부박'이라는 이름으로 바가지를 관광 상품화해 볼 요량이었음을 알고 실소한 적이 있었다. 

어쨌거나 '흥부'하면 이 나라 졸부 역사의 비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세인들이 그가 살았다는 집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설령 그 옛날 흥부가 살았던 집터가 실제로 있다 해도 그 집터가 흥부를 졸부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흥부가 부자가 된 것은 자기 사주팔자에 이미 정해져 있었으며 때가 되어 재운이 왕성하게 발동했을 뿐이고 그가 살았던 집터는 그의 재운이 좀 더 활짝 펴지도록 도와준 역할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속내가 있음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집터가 명당이라서 흥부가 졸지에 부자가 된 것으로 여기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졸부가 되거나 걸인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타고난 사주팔자에 달려 있다. 흥부의 사주팔자 역시 초년 대운은 길한 쪽으로 전개되다가 중년 대운에서 흉한 쪽으로 기울어져 바닥을 치고 그 후 재운이 불길처럼 일어나는 경우에 해당된다.

운세가 길한 쪽으로 전개되면 내가 도움을 구하기 전에 주위에서 먼저 나를 도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따로 애를 쓰지 않아도 하고자 하는 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리는 법이다. 흥부 역시 운세가 바닥을 치는 상태에서 길한 쪽으로 운세가 상승하는 시기가 되자 도승이 나타나 좋은 집터를 잡아주었고 그래서 길한 가상이 흥부의 길한 운세에 추진력을 보태는 쪽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놀부의 팔자는 어떤가? 초년 대운은 길했지만 재다신약(財多身弱)이고 중반 운세가 대흉인데 가상마저 흉한 운세를 부채질하므로 써 대책 없이 망쪼가 들었다고 볼 수 있다.

흥부놀부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길한 운세와 길한 가상, 흉한 운세와 흉한 가상에서 비롯되는 삶의 희비가 흥부와 놀부처럼 극명하게 교차되는 현상들이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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