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 방안이 적지 않은 여진을 남기며 이념대결로 번지고 있다.
언뜻 보면 대학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위원장이 약자의 편에서 다수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치인과 정부 관료, 보수언론 등은 대기업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진단하는 ‘두 갈래’의 힘겨루기 형국이다.
하지만 정보통신업계를 비롯한 일선현장의 다수 중소기업들은 최근의 논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말 중요한 건 현행 법과 제도에 명시된 규정이라도 제대로 지켜 기업 간 실질적 상생을 실천하는 것이지 이익공유제를 놓고 새삼스럽게 이념대결을 벌이는 게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논란의 단초가 된 초과이익공유제는 지난달 23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처음으로 제기한 개념이다. 대기업이 연초에 설정한 이윤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일부 초과이익으로 동반성장기금을 만들어 협력업체에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방안이 나오자마자 정계 및 재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돌려주자는 것은 급진 좌파적 주장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논란이 일자 정운찬 위원장은 2일 자진해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윤을 빼앗아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반시장적 또는 사회주의적 분배정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3일 홍 최고위원은 “이익공유제가 적용되면 대기업에서 (초과이익분을 내놓지 않기 위해) 연초의 이익을 최대한 불가능하게 설정해 놓을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최 장관은 3일 열린 ‘민간부문 에너지절약 선포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익공유제는 경영학적 측면에서 볼 때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적용되는 개념”이라며 “현실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일선 중소기업들은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기기 제조사 A사의 B사장은 “현재도 하도급법을 비롯한 각종 법령에서 기업 간 부당거래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비일비재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정치인들이나 정부 관료들이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대·중소기업간 부당거래의 내용과 해법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 것”이라며 “동반성장이라는 거창한 명제를 앞세워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현행 법 규정이라도 철저히 준수해 중소기업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 SW업체 C사의 D사장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게 근본적 문제”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중소기업의 시장지배력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