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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시장과 차세대 성장동력의 갈림길에서
레몬시장과 차세대 성장동력의 갈림길에서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11.05.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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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경 국회의원 (창조한국당 원내대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 이용경 국회의원(창조한국당 원내대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좋은 품질의 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1년 노벨 경제 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애컬로프(George A. Akerlof) 교수는 중고차 시장을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이라며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차를 팔려는 사람은 높은 가격을 받길 원한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일단 차의 외관을 그럴싸하고 손보고, 교통사고 경험 같은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보는 어떻게든 숨기게 된다. 흠집하나 없이 광택이 나는 멀쩡한 자동차를 싼 가격에 구매한 사람은 머지않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골병든 차를 버릴 수도 없고, 차량 수리비를 생각하니 울화가 터지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품질 좋은 중고차를 판매하려는 사람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매물을 거둬들인다. 결국 이런 거래가 반복되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매매는 성립되지 않는다. 모양새는 그럴싸하지만 신맛만 가득한 ‘레몬’만 가득 차 있으니, 누가 거들떠보겠는가?

문제는 ‘신 레몬’이 비단 중고차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최근 애플과 구글의 위치정보 무단 수집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 자칫 위치정보산업까지 ‘레몬 시장’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기꺼이 자신의 위치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치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거래를 위한 신뢰의 문제를 넘어, 오남용이나 해킹 등에 따른 피해는 추산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우리 위치정보서비스 산업을 ‘레몬 시장’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치정보서비스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중요한 것은 사업자의 적극적 자세이다. 위치정보 수집과정과 이용 경로나 방법 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용자는 불안에 떨고, 정부도 미심쩍어 하는데 ‘나는 아무 잘못없다’는 애플과 구글식의 해명은 곤란하다. 떳떳할지라도 고객과 시장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장과 고객의 수준에 맞추어 해명해야 한다. 또한, 위치정보의 오남용과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기술적 제도적 조치를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은 정기적으로 밝혀야 한다. 사업자가 부담스러울지라도 위치정보오남용과 해킹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 피해현황에 대해서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공개 원칙과 함께 사업자가 신경 써야 할 일은 위치정보를 포함한 고객정보보호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이다. 정보공개가 시장의 신뢰획득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면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한 조건이다.

정부 또한 사업자와 이용자 간에 신뢰 구축과 공정한 시장 형성을 위한 제도 개선과 공적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위치정보 제공에 대한 권리 의무 관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위치정보 오남용과 해킹 피해 등에 대한 제재조치와 피해구제 방안을 세세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할 것은 이용자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 초기 단계에서 규제를 앞세우면 어느 산업도 성장하기 힘들다.

최근 중고차 시장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관련 정보가 풍부지고 접근도 용이해졌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품질보증과 매매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소비자가 갖는 정보는 풍부해졌고 불신도 줄어드는 요인이 생겼다. 중고차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유인이 생긴 것이다. 위치정보 산업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기술이 발전에 따라 각자가 관리하고 보호해야 할 정보의 종류와 양도 많아졌다.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는 공유하는 정보도 폭증하고 있다. 거래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할 때만 편안하다. 신뢰할 수 없는 자와의 거래는 불편하다. 민감한 정보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위치정보산업을 ‘레몬 시장’이 아닌 ‘성장동력(Next big thing)'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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