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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선임
‘어처구니’ 없는 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선임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11.07.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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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본지 발행인·공학박사

 살다보면 참으로 어이없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처구니 없다”고 말하곤 한다.

“어처구니 없다” 말은 사전적 의미로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어처구니 없다”는 말의 깊은 뜻을 다시금 되뇌이게 된다.

‘어처구니’는 맷돌을 돌릴 때 쓰는 나무 손잡이를 이르는 말이다. ‘어처구니’ 없는 맷돌을 돌리는 게 얼마나 힘겹고 기가 찬 일이었겠는가.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마주했을 때의 그 막막함과 황당함에서 “어처구니 없다” 말이 유래한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공사업계에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다름 아닌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원장 선임이다.

업계에서는 정보통신공사업 발전을 위한 ‘싱크 탱크(Think-Tank)’로 출범한 연구원의 초대 원장 선임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이가 원장으로 올 것인가” 하는 개인적 관심사가 아니었다.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정보통신공사업의 재도약에 대한 열망의 소산이었으며, 절박함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연구원 측은 업계의 이 같은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정보통신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IT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가 원장으로 선임된 게 매우 아쉽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정보통신산업은 그 어느 산업분야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그 폭도 크다.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적절한 경영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전략의 나침반’을 만들고 새로 탄생한 연구·개발(R&D) 조직의 기틀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

IT기술과 정책의 물줄기를 한눈에 꿰뚫어 보면서 정보통신산업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보통신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가’가 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서 정보통신공사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시장 파이도 키워야 하는 중차대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강한 의문이 든다.

혹자는 연구원장이 건설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했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연구원의 당면현안을 풀고 원만한 대정부 관계를 설정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성이 결여된 정치력이 연구원 경영의 최고 덕목이어서는 안된다. 건설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 분리발주제도 존속 등의 업계 현안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도 몹시 군색하게 들린다.

연구원장 선임 과정에도 많은 의구심이 남는다.
정보통신업계에는 무척 낯선, 고령의 인사가 어떻게 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몹시 궁금해 하고 있다.

더욱이 연구원장 선임이 공개 모집이 아닌 법인(연구원) 이사장의 추천과 이사회의 선출을 통해 이뤄진 터라 낯선 인물의 영입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구원장 선임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장이 최시중 위원장과 오랜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연구원장 선임은 결과적으로 ‘낙하산 인사’ 또는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낙하산 인사’와 ‘위인설관(爲人設官)’은 잘못된 인사의 본보기다. 합리적 인사의 기본원칙인 공정성과 투명성, 실효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능력 중심의 인재 등용은 조직의 흥망을 결정짓는 일이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고불변의 진리로 여겨진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선임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연구원장을 비롯한 연구원의 모든 구성원은 업계의 목소리에 더 이상 오불관언(吾不關焉) 해서는 안된다.

정보통신공사업 도약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 연구원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귀담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연구원에 부는 바람이 몹시 거세다. 연구원장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역풍을 순풍으로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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