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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인터넷망과 경제적 현실
유무선 인터넷망과 경제적 현실
  • 박남수 기자
  • 승인 2011.10.2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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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태 SK텔레콤 기술정책지원실장

인터넷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량은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고 무선인터넷 사용량은 2014년까지 연평균 108%씩 증가할 전망이다.

스마트TV, 모바일-헬스케어와 같은 대용량의 콘텐츠는 인터넷 사용량의 증가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의 자유’를 위해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트래픽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지이다. 2005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공론화한 개념이다. ‘중립’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정하게 처신한다”는 의미이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말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오프콤(Ofcom) 등 EU의 규제기관들은 망중립성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낙후 등에 기인한 미국 통신시장의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규제보다 시장의 기능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도 민주당은 망중립성 찬성, 공화당은 반대 입장이다.

통신정책에 있어 국가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입장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망중립성 논의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망중립성 논의는 ‘통신망 자원은 유한하다’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미국 통신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가 지난 2009년 영화와 같은 대용량 파일 공유 서비스인 P2P를 차단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인터넷 업계는 컴캐스트가 인터넷 트래픽을 차별했다고 주장했고, 컴캐스트는 P2P를 그냥 둘 경우 통신망이 과부하되어 다수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원은 컴캐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급증하는 인터넷 사용량을 수용하기 위해 신규 통신망이 지속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쟁점이 발생한다. 통신망 투자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의 인터넷 업계는 통신사업자가 소비자에게 통신요금으로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신사업자는 인터넷 업계도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인터넷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인터넷의 혁신을 위해서는 인터넷 업계가 자유롭게 인터넷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글로벌 경쟁구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가장 발달한 국가로, 구글,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 대표적인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 기업이다. 국내 사업인 기존 통신사업과 달리 인터넷 비즈니스는 글로벌 사업이고 개별 국가의 유무선 인터넷망에 기반한다. 망중립성 논의가 미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은 간과하기 어렵다.

‘인터넷의 자유’를 주장하는 망중립성 논의가 초고속인터넷 망이 낙후된 미국에서 제기된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통신사업자의 통신망 투자와 인터넷 사용량의 수용용량 간에는 언제든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인터넷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매년 컴퓨터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통신망도 매년 새로운 망으로 교체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1992년 통신사업자들이 CIX(Commercial Internet Exchange)라는 통신망을 구축하며 오늘날과 같이 일반에게 상용화됐다. 우리나라는 1994년 한국통신의 코넷(KORNET)이 최초의 상용 인터넷 서비스이다. 20년 남짓한 인터넷의 역사는 통신사업자의 통신망 구축을 기반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100메가급인 초고속인터넷 전송 속도가 2012년에는 기가(Giga)급으로 고도화되고 무선인터넷은 차세대 통신망인 LTE(Long Term Evolution)가 올해 7월 상용화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유무선 인터넷망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급증하는 인터넷 사용량을 모두 수용 가능한지, 앞으로도 신규 망 투자가 지속 가능할지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신규 망 투자에 따른 비용 내지 부담을 네트워크사업자, 소비자, 인터넷업계 중 누가 떠맡아야 하는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통신사업자의 부당한 차별은 방지해야 되지만, 다수 이용자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Network Management)는 필요하다는 현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누군가 재화를 저렴하고 과다하게 이용하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 비용을 대신 지불하게 된다. 이는 통신망이라는 한정된 자원의 분배를 왜곡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망중립성은 가치 있는 개념이지만, 그 이면에는 통신사업자의 통신망 투자와 소비자 부담, 인터넷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미국식 망중립성 논의가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인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망중립성은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경제적 현실’(Economic reality)에 기반한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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