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36 (금)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배수의 진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배수의 진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1.11.11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통신공사업계 등 최저가낙찰제 확대 저지 총력전

▲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최저가낙찰제 개선방안 공청회는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정보통신공사업계는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임·직원을 중심으로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방침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실시공 만연-산업기반 붕괴 우려
총비용 측면에선 오히려 예산 낭비


정보통신공사업계를 비롯한 시공업계가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며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공제조합, 한국전기공사협회 등 관련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다각적인 방법으로 관계기관을 설득해 왔다.

지난 7월 12일에는 15개 관련단체들이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 정부 주요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는 업계의 주장에 눈높이와 발걸음을 맞춰 ‘반(反) 최저가낙찰제’ 진영의 한축을 형성했다.
지난 6월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관련법령 개정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현기환·홍일표·조배숙·백성운·권경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저지를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의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제계도 시공업계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 9월 27일 전라남도가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를 정부에 건의한 데 이어, 지난달 11일에는 충청남도가 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9월 6일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 등에 제출한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건의문에서 지방업체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최저가낙찰제 적용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300억 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해 오던 최저가낙찰제를 내년부터 100억 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업계 및 국회와 대척점에 서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는 정부 예산의 효율적 집행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건설산업 선진화’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시행 시기를 일시적으로 늦추는 게 건설업계의 근원적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업계 현실 도외 시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정부가 일선 시공업체들의 절박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당수 시공업체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건설산업 선진화’라는 명분론에 집착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24개 관련단체들이 9일과 10일 신문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생존권을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업계는 성명서에서 최저가낙찰제는 건설근로자들의 일터를 빼앗고 건설인력의 공급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저가낙찰제 확대는 지역경제와 서민가계의 생존기반을 붕괴시키고 건설 연관산업 종사자 모두의 고통을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저가낙찰제는 정부 예산절감에 기여하는 듯 보이지만 시설물의 총 비용측면에서는 오히려 낭비를 가져오고, 산업경쟁력만 쇠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업계는 최저가낙찰제는 건설기업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인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국가계약법 개정안 조속히 통과돼야

15개 관련단체들은 9일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를 위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조속처리에 관한 건의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업계의 건의문 제출은 ‘반(反) 최저가낙찰제 진영’을 형성하고 있는 국회와의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건의문에서 “최저가낙찰제는 1962년 첫 도입이후 부실시공 등의 논란을 부르며 폐지·재도입만 7차례를 반복해온 불완전한 제도”라며 “(지금도) 민간경기침체로 과당 수주경쟁이 상시화 된 상황에서 덤핑입찰에 따른 저가수주를 야기하며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최저가낙찰제의 폐해를 △정부예산 낭비 △부실시공 발생위험 증가 △일자리 감소 △산업재해 증가 등 4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최저가낙찰제는 설계∼유지관리에 이르는 총생애주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부실시공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가능성이 높아 예산낭비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덤핑입찰과 저임금 미숙련 노동력·저급자재 등의 투입을 조장해 공공시설물의 품질저하 및 부실시공 발생위험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저가수주는 결국 노무비 부족에 따른 고용축소로 이어지며, 건설근로자의 산재사고 증가로 저소득층 건설근로자에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저가낙찰제 확대 적용구간인 추정가격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규모의 중·소형 건설공사는 주로 지역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공사로서, 이러한 공사까지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될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지역중소기업은 수주금액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지역 중소기업의 수주금액이 줄면 지역 내 하도급업체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게 된다”며 “기업도산에 따른 지역건설산업의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는 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을 300억 원 이상인 대형공사로 한정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줄 것을 호소했다.

결집된 힘 과시…공청회 무산

업계의 강경한 목소리는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최저가낙찰제 개선방안 공청회장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건설업계 및 정보통신·전기공사업계를 망라한 시공업계 종사자 1500여 명이 대거 운집했다.

이들은 “지역경제 말살하는 최저가낙찰제 철회하라”, “허울뿐인 보완대책 최저가낙찰제와 함께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업계의 결집된 힘을 과시했다.

특히 정부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대거 등장해 이날 공청회장은 시위현장을 방불케 했다.

정보통신공사업계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임·직원을 중심으로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방침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청회 장소를 서울지방조달청 PPS홀로 정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PPS홀의 수용인원이 최대 10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반대 의견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수렴하기 보다는 형식적 공청회를 열어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정부 측은 PPS홀 맞은편의 대강당으로 공청회 장소를 옮기며 개회를 시도했지만, 업계의 거센 반대에 밀려 결국 공청회가 열리지 못했다.

그동안 시공업계가 정부 정책에 대체로 협조적이었고 다수의 업계 종사자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을 보여 왔던 점에 비춰볼 때, 업계의 이번 실력행사는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가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 대책 실효성 의문

이날 공청회에서는 기획개정부가 마련한 최저가낙찰제 개선·보완대책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대책안은 등급제한입찰 확대·보완을 통해 중소업체의 수주물량을 뒷받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조달청과 LH공사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등급별 제한경쟁입찰제를 여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등급별 제한경쟁입찰제도는 종합건설업체를 시공능력평가액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누고 해당 등급 규모의 공사에만 입찰참여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는 중소형 공사에 대형업체가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데 목적이 있다.

대형업체가 공동수급체 구성을 통해 하위 등급공사에 참여할 경우 최대 참여지분을 현행 50%에서 30%로 축소한다는 게 기재부의 기본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심사기준을 간소화·객관화하는 한편 낙찰률이 75% 이상인 경우 2단계 심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로써 중소업체의 심사부담을 완화하고 심사의 공정성 논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다.

아울러 저가심사 시 노무비·하도급대금에 대한 심사를 신설해 공사비 부족에 따른 손실을 건설근로자·하수급업체로 전가하는 것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안전관리비에 대한 삭감을 제한함으로써 안전시설물 설치 등 건설 근로자의 산재예방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장할 방침이다.

PQ의 변별력을 높이는 방안도 대책안에 담았다.
기재부는 PQ심사 시 핵심공법 및 최근의 시공경험 보유업체를 우대하고 부실시공 전력이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또한 신용평가등급 등 재무상태 우수업체의 입찰참여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덤핑입찰 가능성이 높은 부실·한계기업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 밖에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 발생 시 감리업체에 대해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기술제안입찰제 선택을 발주기관 자율에 맡겨 최고가치낙찰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안이 실효성 없는 ‘짜깁기 식 미봉책’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등급별 제한경쟁입찰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저가심의제 개편 역시 덤핑입찰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은 저가심사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한 바 있다”며 “기재부가 내놓은 보완책은 감사원 지적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했다.

국회에 기대 쏠려

업계에서는 정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숱한 경로로 정부에 최저가낙찰제 반대 의견을 개진했지만 주무부처인 기재부 등이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를 골자로 국가계약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는 분위기다.

특히 법령 개정안 발의에 여야 의원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어, 국회가 입법을 통해 정부 방침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19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