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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의 최후, 한반도 安保
의자왕의 최후, 한반도 安保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12.01.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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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지난 가을 백제 공산성(사적 12호)에서 출토된 백제 말기의 옻칠한 갑옷은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1400년 전의 갑옷에 방금 쓴 것 같은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가죽 갑옷의 비늘 조각들은 번들거리고 있을까?

‘○○行貞觀十九年四月二十一日’이라고 갑옷에 쓰인 글자를 볼 때 백제 장수의 것인지, 당나라 장수의 것인지 논쟁이 분분한 것 자체가 미스터리요, 호기심이다.

공주대학박물관은 물론 학자들 사이에서는 40년 전 발굴된 무령왕릉에서 보았듯이 백제는 간지는 썼으나 중국 연호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백제가 아니라 당나라 장수의 갑옷이라는데 무게를 두는 쪽과 ‘貞觀’은 당태종의 연호지만 서기 645년 백제 의자왕 5년에 해당되는데 여러 정황으로 보아 백제 장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으로 나누어진다.

어쨌든 당나라 장수의 것이라면 그 갑옷의 주인공은 어떻게 백제 진영에서 죽었을까? 반대로 백제 장수라면…?

가장 그럴듯한 것이 당나라 장수의 갑옷도 아니고 백제 장수의 것도 아닌 의자왕이 입었다는 가설이다. 의자왕은 나·당 연합군에 부여가 함락되자 이곳 공주 공산성으로 몸을 숨겼었다.

그때 당나라 군사가 이곳을 에워싸자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급히 당나라 장수의 갑옷을 걸쳐 입었고 내부의 배신으로 붙잡히게 되는 순간, 그것을 벗어 연못에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제 최후의 날, 얼마나 황망한 상황이 전개됐을까. 그때 공산성의 백제사령관인 예식 장군이 의자왕을 포박하여 당나라 침략군에 압송하는 배신행위만 없었다면 백제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예식이 백제 멸망 후 그가 중국에서 큰 벼슬을 한 것을 봐도 그의 배신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 순간, 의자왕은 설마 신라가 중국과 야합하여 백제를 침공하겠는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국가 안보전략에 소홀했음을 사무치게 후회했을 것이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도….

정말 김정일 사망 후 급속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가 똑바로 정신차려야 할 대목이다.

갑옷과 함께 조개껍질과 밤도 공산성에서 출토되어 호기심을 더해 준다. 특히 출토된 밤 껍질은 함께 발굴된 갑옷 비늘처럼 단단해 보였다. 왜 여기에 밤이 묻혀 있었을까?

중국의 수서(隨書)를 비롯, 여러 기록에 ‘백제 땅에는 큰 밤이 많이 난다’고 했는데 이번 공산성에서 출토된 밤으로 하여 1400년 넘게 공주지방의 밤이 명품으로 인정받았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공주출신 조석준 기상청장은 공산성에서 발굴된 밤을 보고 요즘 한반도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생태계의 이동을 많이 걱정하지만 1400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1400년 전에 이곳에서 밤이 생산되었듯이 지금도 그런 밤이 생산된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우리가 모르는, 이를테면 강 언덕의 수박밭이나 금강 둔치의 솔밭 어디에서 또 이런 유물이 천년의 침묵 속에 잠들어 있다가 어떤 계기가 되면 부스스 깨어 엄청난 이야기를 던져 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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