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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시장혼란 주범 '불공정하도급'
<심층진단> 시장혼란 주범 '불공정하도급'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2.10.23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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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급사 요구에 부당계약 체결 비일비재

주요 공기업 법 위반 만연…정부 관리·감독체계는 허술

○…정보통신공사업체인 A사는 또 다른 공사업체인 B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 A사가 B사에 하도급 준 물량은 전체 공사의 70%.  정보통신공사업법령에 따르면 정보통신공사는 원도급자가 수주한 공사 중 공정 또는 구간을 기준으로 50%까지 하도급 할 수 있지만, 이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정보통신공사업체인 D사는 원도급사인 C사와 하도급계약을 맺으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계약서를 작성해 속병을 앓아야만 했다.

D사는 추가공사나 설계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공사대금을 증액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려 했지만 C사는 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D사는 C사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렵게 따낸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까 부담스럽고, D사와의 원만한 관계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불공정 하도급 문제는 건설·시공업계가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관계법령에서 정한 범위 이상의 과도한 하도급, 계약과정에서의 공사비 후려치기 등 불공정하도급이 아직 근절되지 않아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도급계약의 특성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공사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부당한 요구조건을 강요하는 일도 큰 문제다.

‘갑’의 횡포가 계속될수록 ‘을’의 처지에 놓여있는 대다수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들의 경영난은 심화되기 마련이다. 산업생태계의 안전판인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그 여파는 산업전반으로 확산된다.

결국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이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암초로 작용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불공정 계약조항 백태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수급인과 부당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도를 넘어선 요구를 받았을 때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응하지 않음은 물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당장 시정을 요구하고 싶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행여 ‘갑’의 눈 밖에 날 경우, 계약이 해지되고 앞으로 유사한 공사를 더 이상 수주하지 못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도급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급인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도급공사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은 매우 빈번하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정보통신공사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업체 1035개사 중 85.41%인 884개사가 하도급공사 수행 시 원도급자의 요구에 의해 불공정 계약조항(특약사항)을 설정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약사항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추가공사 및 설계변경 발생 시 공사대금 증액지급 조항을 삭제한 경우’(114개사, 40.86%)가 가장 많았다.

이어 65개사(23.3%)가 민원발생시 하도급자의 부담으로 이를 처리하도록 하는 조항을 일방적으로 신설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물가상승 시 공사대급 증액지급 조항 삭제(56개사, 20.07%) △4대 보험료를 하도급자에게 부당하게 전가 부담시키는 일방적 조항 신설(27개사, 9.68%) 등도 불공정 특약사항의 유형에 포함됐다.

공기업 불공정행위도 허다  

하지만 일선현장에서는 이 같은 불공정행위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심지어 주요 공공발주처에서조차 이 같은 불공정 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더해 하도급 거래를 둘러싼 제반문제점을 발굴하고 이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정부에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함에 따라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건설현장의 만성질환으로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올해 국토해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임금 체불 등 하도급 위반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문제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4개 공기업들이 발주한 공사 중 2010년부터 2012년 7월 현재까지 도급업체들 간 하도급대금의 미지급사례가 192건, 지급기일 초과(15일 이사) 75건, 현금 받고 어음지급 41건 등 총 308건의 불공정행위가 적발됐다.

아울러 2012년 7월 현재 하도급대금 중 미지급 된 금액은 82억80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업의 하도급 위반 유형을 보면, 하도급 대금 미지급의 경우 △LH 154건 △수자원공사 14건 △한국철도시설공단 13건 △한국도로공사 11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급기일을 초과한 사례는 △LH 54건 △수자원공사 5건 △한국철도시설공단 2건 △한국도로공사 14건으로 밝혀졌다.

발주처인 공기업에서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도급업체간에 하도급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한 사례는 △LH 23건 △수자원공사 11건 △한국도로공사 12건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시행 점검결과 도로공사에서 임금 체불이 2건 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감독체계는 취약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불공정 하도급을 철저히 감시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업무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금체불, 하도급대금 미지급, 지급기일 초과, 어음지급등 하도급법령 위반 업체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고, 입찰 및 계약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라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토부는 ‘건설공사 종합정보망(KISCON)을 통해 지난해 12월 하도급대금 미지급 적발 강화방안’을 내놓았으나 현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서 아직은 효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공정 하도급을 막기 위한 공기업의 실질적 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LH·수자원공사·도로공사·철도시설공단이 부실·부적격 업체의 시장진입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PQ 변별력 강화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불공정 하도급 관련내용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만이 하도급규정 상습위반자에 대한 감점 시한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가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기재했을 뿐 다른 공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심재철 의원은 “국토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하도급업체와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피해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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