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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여우는 왜 아궁이로 갔을까
소백산 여우는 왜 아궁이로 갔을까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12.12.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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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에서 해발 4800m나 되는 제일 높은 산이다.

특히 적도가 지나는 열대지방임에도 그 정상에는 언제나 흰 눈이 덮여 있어 외경스럽고 신비감을 자아낸다.

바로 이 산을 배경으로 헤밍웨이는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는 소설을 썼고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었다.

소설은 언제나 눈에 덮여 있는 정상인데 표범이 죽어 있음에서 시작된다. 표범은 열대 밀림과 초원에서만 사는 맹수.

먹잇감은 초원에 있지 눈 속에 있지 않다. 그러면 무엇을 찾으려 왔을까? 그 신비의 최고봉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였을까?

평론가들은 헤밍웨이의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작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물고기처럼 현대 인류의 문명적 허무주의를 표현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래서 대칭적으로 인간주의를 강하게 호소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달 소백산 국립공원 지역에서 방사한 여우가 산속 외딴집 부엌 아궁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어 매스컴을 장식했다.

죽은 여우는 국립공원이 방사한 한 쌍 중 암컷이었고 민가 아궁이는 방사지에서 5km 떨어진 곳.

그리고 아궁이 불은 꺼져 있었지만 온기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부검 결과 여우의 위속에서 쥐나 다람쥐 같은 작은 설치류들이 나온 것으로 보아 굶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여우는 왜 아궁이에 들어가서 죽었을까? 추위 때문에 몸을 덮힐 곳을 찾다가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여우의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문가들 중에는 이와 같은 현상을 스트레스로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야생에서 생존에 적응하는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방사됐기 때문에 주위의 험준한 지형, 여기저기에서 출몰하는 멧돼지 같은 사나운 야생동물, 수시로 변하는 기후, 고요한 밤중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무서운 소리들…. 이런 것들이 계속 여우에게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반복되고 계속되는 스트레스는 결국 내출혈을 일으켰을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고단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산골 외딴집 아궁이를 찾아갔는데 거기에서 숨이 끊어지지 않았을까?

그렇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산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도 스트레스가 큰 원인이고 심지어 임신한 여자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아에 까지 간다고 한다.

나는 가끔 대화를 나누다가 ‘피가 마른다’는 소리를 들으면 섬찟함을 느낄 때가 많다.

얼마나 스트레스에 맞섰기에 ‘피가 마른다’고 말할까?

지난 주 부산의 한 동네 빵집 주인이 인근에 대형 제과점이 생겨 장사가 안되자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부인은 빵집이 안돼 이웃 김밥 집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CEO들은 ‘내일 해가 뜨는 것이 두렵다’고도 한다. 직원들 급여일은 호랑이보다 무섭게 들이닥치고 은행 이자는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60만개의 자영업이 문을 열었으나 58만개, 그러니까 96%는 실패하여 문을 닫았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몸달아 하는 젊은이들의 스트레스야 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가난과 병마와 싸우며 사는 사람들에게도.

정말 캄캄한 밤 소백산의 험준한 계곡에서 방생 여우가 겪었던 것보다 더 무서운 스트레스를 우리는 몸으로 부대끼며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버티어 왔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심장에 맥박이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구든 패자(敗者)가 아니다. 그리고 내일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아궁이를 찾아간 여우나 킬리만자로의 눈에 묻힌 표범 같은 미아(迷兒)는 아니다.

인간에게는 에너지를 만드는 ‘꿈’이라는 끈이 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보내는 12월. 우리 모두 ‘꿈’을 품자. 꿈은 이루어진다는 긍정적인 사고는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당신의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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