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7:37 (목)
SDN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
SDN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
  • 차종환 기자
  • 승인 2013.03.08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래 네트워크 업계의 화두는 단연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에서 제어기능을 따로 분리해 컨트롤러에 통합 배치하고, 오픈플로우(OpenFlow)를 통해 네트워크를 중앙집중형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는 곧 사용자의 입맛대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음을 뜻하며, 한 장비 내에서도 서로 독립적인 가상 네트워크를 설정할 수 있어 망 효율을 거의 10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
SDN이 가져다주는 이점도 이점이지만, 국내 업계가 더욱 주목하고 있는 건 외산 장비에 잠식당한 네트워크 시장을 SDN을 통해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 IT산업처럼 겉과 속이 다른 예도 드물다. 연례행사처럼 발표되는 한국 인터넷 접속속도 세계 1위에 눈이 멀어 정말 IT강국인양 콧대가 높지만, 그 속에 우리 장비로 돌아가는 건 손에 꼽을 정도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현재 업계에 일고 있는 SDN에 대한 관심이 외산업체들에 더욱 뜨거워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론 SDN이 구현할 장밋빛 미래에 대해 얘기할지 몰라도 실상은 네트워크 업계의 공룡, '시스코를 이기자'다.
오히려 수년간 국산화를 부르짖던 국내 업계는 전에 없던 찬스(?)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국산 장비업계이기에 투자가 여의치 않아 정부의 연구과제를 주시하고 있다 치자. 하지만, 정부는 지금 그들보다 바쁘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미래인터넷 관련 부처들이 향후 미래창조과학부로 통합되기에 앞서 자신들의 영역 챙기기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놀라운 건 네트워크 산업계 당사자들이다. 네트워크를 우리 것으로 만들 기회에 누구보다 뭉쳐야 될 이들이 잠잠하다. 언제까지 피해자인 척, 불만을 얘기할 때만 뭉치고, 치고 나가야 될 땐 한 발 물러설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나마 오픈플로우코리아 등 일부 커뮤니티 형태의 모임이 자생적으로 SDN에 대한 논의를 키워가고 있지만,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선 하나된 목소리로 정부의 관심을 돌려야 하는 것이 맞다.

단언컨대, 국산 장비가 아니면 SDN이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ETRI는 2012년 국내 유무선 네트워크 시장규모가 6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는데, 이 돈이 다 외국에 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용자 입장에선 네트워크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있을 리 만무하다. 어찌됐든 인터넷 잘 뜨고, 다운로드 빠르고, 애플리케이션 쌩쌩 돌아가면 그만이다. 아쉬운 쪽은 내 것일 수 있었던 돈이 나가는 걸 그저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국산 장비 업체들뿐이다.
외산 벤더들은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투자를 SDN 연구에 쏟아 붓고 있다.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1년 남짓이라고 안심하던 때는 지났다. 기술격차는 가속도로 벌어지지만 이를 쫓아가는 덴 수 십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안타까운 건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래서 역사는 돌고 도나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5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