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39 (목)
"전자정부 구현....민주주의 정신도 함께 담아야"
"전자정부 구현....민주주의 정신도 함께 담아야"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12.15 10:52
  • 호수 1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금의 시대는 더 이상 전자정부의 필요성 여부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들 한다.
전자정부 구성을 통한 기대 효과를 논하는 것도 '과연 할 만한 것인가'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따지기 위함이라 한다.

이미 기정사실화 돼 착착 진행되고 있는 전자정부화는 그러나 단순한 '행정업무의 전산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혹자는 전자정부를 통해 행정 편의성을 극대화 할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 접근이 수월해져 투명하고 개방적인 민주 정부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또 다른 혹자는 전자정부의 구현으로 인해 국가가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브라더(Big Brother)'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술관료가 지배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는 그만큼 '전자정부'가 가져올 파장이 단층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자정부의 성공성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도 전자정부의 이 같은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물론, 어떤 전자정부가 '성공적'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전자정부 구성을 위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지금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큰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방향을 제대로 잡은 후에 처음 설정했던 비전과 이후 성취된 바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통해 그 성공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지난 2월 전자정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라 세계 최초로 전자정부와 관련된 총괄적 법제화를 달성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는 이 법의 작성 과정에서 이미 전자정부가 나아가야 할 비전이 어느 정도 구상된 셈이라고 볼 수 있겠다.

10일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한국CIO포럼이 주최한 '글로벌 시대의 e정부 평가척도 및 추진 성공전략' 세미나에서는 전자정부법의 초안을 작성하고 기틀을마련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 외국어대학교 황성돈 교수가 '글로벌 시대의 e-Korea-21C 전자정부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황 교수는 이 자리에서 우리 나라의 전자정부의 비전으로 '종이와 건물, 기관간 단절 3가지가 없어지고 생산성과 투명성, 민주성 3가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부의 구현'을 제시했다. 또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정책 추진의 기본 방향으로 △기술관료적 정부 △사회 감시적 정부 △전제적 정부를 거부하고 △고객지향적 정부 △투명한 개방적 정부 △직접민주제적 정부 구현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시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 나라의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행보를 살펴보면, 기술적인 측면과 가치적인 측면이 겉돌고 있다는 데 있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행정기관의 사업들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종이와 건물, 기관간 단절 3가지를 없애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이들 3가지가 없어진다고 해서 생산성과 투명성, 민주성 3가지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물론 행정업무의 전산화로 인해 생산성의 확대는 가능하겠지만 투명하고 민주적인 전자정부가 달성될 것인지는 반성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겠다는 전자정부 구현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기껏해야 전자정부법 41조에 따라서 '문서업무 감축위원회'의 10명 중 3명의 시민 위원이 참여해 정부 내 문서 업무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다. 정부내 소수 인원과 상업적인 성격의 기관이나 IT업체 위주로 우리 나라의 전자정부는 착착 만들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또 개인정보의 국가 통합관리가 감시국가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잔소리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사생활 보호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간단히 무시해 가면서 완성시킨 전자정부가 얼마나 민주적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지는 부분이다.

행정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정부에서는 또 정부 재정관계 업무의 전자적 처리와 온라인 정보 공개율 확대 등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정부를 만들어가면서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전자적 행정정보들을 단순히 링크시키는 작업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행정정보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라는 각계의 요구를 갖가지 이유를 대며 거부해 왔던 정부가 전자정부의 형태를 통해서 얼마나 더 많은 행정정보를 공개할 지도 의문이다.

생산성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민주성' 향상이 전자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진정한 비전이라면, 현재의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행보가 이들 근본적인 비전에서 비껴가고 있다는 지적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전자정부 구현의 과정은, 그 결과로서의 전자정부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완성도를 결코 높이지 못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5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