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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을의 눈물’ 어떻게 지울까
건설현장 ‘을의 눈물’ 어떻게 지울까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4.03.04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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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사 피해사례를 통해 본 ‘갑질’ 백태

공사금액 고의 유출…저가 하도급계약 유도
계약 외 공사 지시 후 공사비는 지급 안 해
발전 기금-정기 상납 등 명목으로 금품 갈취

건설 원도급사와 하청업체 간 부당한 갑을관계를 지양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하도급 업체를 옥죄는 불공정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상당수 하도급 업체들이 원도급사인 대형 건설업체의 부당한 횡포 때문에 금전적 손실을 입거나 회사 문을 닫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근원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가 개최한 ‘건설하도급 불공정 거래 피해사례 발표회’에서는 을에게 뼈아픈 눈물을 흘리게 하는 ‘슈퍼 甲’의 부당행위가 속속 공개됐다.

□ 위장 하도급계약 체결 = K건설은 지난 2010년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경부고속도로 동김천 나들목 건설공사에 원도급사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해당공사에 허위공정을 포함시켜 위장 하도급계약을 체결했으면서도 발주자를 속여 저가하도급 심사를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장설명 후 입찰과정에서 공사예정금액을 고의로 유출해 저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가하면, 하도급 업체에 대해 부당한 경영간섭을 하거나 손실을 전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발주자로부터 현금을 수령하고도 하도급사에는 어음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발주처에는 현금을 지급했다는 허위보고를 하기도 했다. 

K건설의 하청업체로 각종 부당행위의 융단폭격을 맞은 J사는 작년 8월 사실상 폐업을 선언했다.

□ 유찰 후 하도급가 낮춰 = 국내 굴지의 대형업체인 S건설은 지난 2011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고속국도 제65호선 울산~포항 간 건설공사 11공구 중 터널공사를 수주했으며, 하도급사를 상대로 각종 부당행위를 일삼았다.

S건설은 먼저 실행가 초과를 이유로 당초의 입찰을 유찰시킨 후 재입찰하는 방식으로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계약 외 공사를 지시한 후 공사비를 주지 않거나 원도급사가 직영한 공사비를 하도급사에 부당하게 전가했다.

이 외에도 산재사고를 은폐하고 공상(公傷 : 공무 중 입은 부상)으로 처리하도록 강요하거나 원도급사가 부담해야하는 민원처리 비용을 하도급사에 떠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S건설의 하도급사인 J건설은 이 같은 부당행위의 영향으로 지난해 6월 폐업했다.

□ 돌관작업비 불인정 = P건설은 지난 2012년 SH공사가 발주한 내곡지구 1단지 아파트 건설공사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3차례의 재입찰을 시킨 후 ‘시담’으로 하도급계약 금액을 결정했다. ‘시담’이란 응찰금액과 관계없이 원청이 요구하는 내부 실행공사금액 이내로 공사비를 결정하도록 하청업체를 불러 협상하는 행위를 말한다.

P건설은 또 하도급사에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하도급계약을 해지했다.
아울러 원도급사 책임으로 발생한 돌관작업에 대한 지시내역을 은폐한 후 돌관작업비를 인정하지 않거나 선행공정 지체에 따른 책임을 후속업체에 전가하기도 했다. 여기서 돌관작업이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급하게 수행하는 공사를 말한다.

이 밖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처럼 하도급사를 속이고 실제 계약 시에는 자체 제정한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하도급사에 부당하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P건설의 하도급사인 H사는 지난해 10월 파산했으며, 현재 원청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 계약 해지 후 보증금 청구 = 지난 2012년 SH공사가 발주한 마곡지구 1,2,3단지 아파트 건설공사에 참여한 H건설은 발주자를 속여 자재대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도급 공사비를 빼앗기 위해 계획적으로 하도급내역을 누락시킨 후 하도급사에 대해서는 해당공사의 시공을 강요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H건설은 지급자재 지연공급으로 생긴 비용을 하도급사에 일방적으로 전가했다. 게다가 이를 빌미로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한 후 계약보증금까지 청구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하청업체 J사를 파산직전의 상태로 몰아갔다.

이 뿐만 아니라 H건설은 원도급사가 부담해야하는 공사비용을 하도급사에 부당하게 전가하기도 했다.

□ 벌금 거둬 회식비로 사용 = 대기업 계열의 D건설이 하청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례도 공개됐다.

D건설은 하청업체에 대해 계속 거래관계를 빌미로 다년간에 걸쳐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품을 받은 명목도 발전기금, 집단 모금, 정기상납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또한 임원 자택 등에 대한 긴급 하자공사를 요구하거나 모델하우스 등에 대한 시스템 냉·난방시설을 무상 지원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 아니라 원도급사의 현장 용역자에 대한 간식비 및 회식비 지원을 강요하기도 했다.

특히 D건설은 현장 벌점제를 적용해 월 30~40만 원의 돈을 거둬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흡연 시나 식사시간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도급사 직원에게 5000원씩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연간단가계약 연장 시 하도급단가를 깎도록 하고 계약 외 공사를 지시한 후 해당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금사정 악화를 악용해 일부 금액만을 지급하는데 합의하도록 강요했다.

D건설의 하도급사인 A사는 지난 10월 폐업을 맞았다.

□ 불법사례 고소·고발 추진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번에 공개된 불법 피해사례를 검찰에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에 불공정 하도급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에도 강력한 불공정하도급 근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원청 건설사 및 전문건설협회를 방문해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현재 권장사항으로 규정된 건설하도급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건설산업법, 하도급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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