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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신지식인 1호'의 허상
(신충우 칼럼) '신지식인 1호'의 허상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10.13 09:46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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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출신인 심형래씨는 한때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처럼 보였다. 영화제작자로 변신해 '용가리'라는 SF물을 만든 그는 국제영화견본시를 통해 200만달러 이상의 사전수출계약을 따내는 등 영화개봉도 하기 전에 시쳇말로 본전을 다 뽑았다. 그런 비상한 사업수완이 세간에 알려지더니 경사가 겹친다. 정부로부터 '신지식인 1호'로 공식 선정된 것이다. 1999년 봄의 일이다.

당시는 정부가 지식사회 건설을 국정목표로 내걸고 이에 부합하는 인간형을 찾는 데 골몰하던 때였다. 누구나 신지식인이 될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중국집 배달원·파출부·고3생 춤꾼 등을 사례로 제시했는데 아마 심씨만큼 매력적인 후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이후 심형래씨가 용가리와 관련, 잇달아 송사에 휩싸여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투자비 반환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CKD창업투자주식회사는 "국산 SF영화 용가리에 투자한 돈을 되돌려 달라"면서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와 제작자 심형래씨를 상대로 22억원의 위약금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 회사는 소장에서 "피고측 회사에 회계감사를 하려했지만 심씨측이 자료제공을 거부, 회계법인이 '의견거절' 판정을 내렸다"면서 "의견거절 판정이 나오면 투자금액의 2배를 돌려주기로 계약한 만큼 투자금 11억원의 2배인 22억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같은해 7월에는 예상수익금 청구 재판이 이어진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는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이 용가리의 서울 강북지역 독점상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주기로 한 예상수익금을 달라며 주식회사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심형래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억1,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세종문화회관이 서울 강북지역 독점상영권을 포기하면 대신 예상수익금을 주기로 한 약정은 회관측이 피고 회사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한 것이라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계약 위반에 대한 정당한 방어행위"라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98년 심씨와 용가리의 서울 강북지역 독점상영 등을 계약했다가 예상수익금을 받는 조건으로 독점상영권을 포기했지만 심씨측이 이를 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어 9월에는 봉급과 수당에 대한 가압류 신청이 들어왔다. 서울지법 민사73단독 임종헌 판사는 축산물 가공판매업체 H사가 개그맨 심형래씨와 심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 등을 상대로 낸 2억5,000만원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심씨는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받는 봉급과 수당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H사에 가압류 당하게 됐다. H사는 심씨가 만든 영화 용가리에 투자한 제작비 3억여원을 최근까지 돌려 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올해는 M사와 공동설립한 영구아트무비가 회사공금 15억여원 횡령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이 회사에 파견근무한 M사 과장 A씨는 대표이사인 심형래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심씨는 이를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지검 형사8부는 지난 99년부터 1년여동안 회사공금 15억원을 유용,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등록기업에 투자했으나 이중 3분의 2인 10억3,000만원을 잃어 회사에 피해를 준 A씨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주식투자 손실은 시인하고 있으나 자신이 멋대로 회삿돈을 빼돌린 것이 아니며 대표이사가 지시해 그에 따랐을 뿐 횡령과는 거리가 멀다는 진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다. 이같이 심형래씨는 신지식인인지 문제의 지식인인지 헷갈린다. 정부에 묻고 싶다. 신지식인으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심형래씨가 만든 영화가 기대만큼 호평을 받지 못해 선정 당시에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단순히 돈버는 재주를 신지식이라 한다면 가치와 정신을 생산하는 지식은 구지식이며 그런 구지식은 낡고 못쓰는 것이냐는 등 신지식인상에서 풍겨나오는 물신주의와 '숭신(崇新)'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심씨로 상징되는 신지식인이나 현 정부 출범 초기에 자나깨나 들리던 지식산업 얘기도 쏙 들어갔다. 지식산업만 발전하면 한국경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던 지식산업의 전도사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 비단 그뿐이랴. 한동안 풍미한 '벤처 예찬론' 역시 요즘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청소년잡지 '푸르넷'에 신지식인 심형래씨와 함께 표지모델로 실렸다고 좋아하던 딸 나래의 얼굴이 그려진다. 아비로서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신충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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