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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논설주간 칼럼)미국 심장부테러와 IT산업
(신충우 논설주간 칼럼)미국 심장부테러와 IT산업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09.17 10:27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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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미국의 IT분야를 취재하기 위해 뉴욕과 워싱턴DC를 잇달아 방문한 적이 있다. 취재를 마치고 관광도 했다. 뉴욕에선 세계무역센터, 월스트리트, 마천루, 자유의 여신상, 유엔본부를, 위싱턴에서는 백악관, 의사당, 링컨기념관, '펜타곤' 등을 둘러봤다.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관광하며 선상에서 맨해튼의 무역센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기억이 되새겨진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무역센터의 위용은 대단했다.
경악과 충격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110층짜리 무역센터 빌딩을 여객기가 베어들어가면서 폭발하고, 쌍동이 빌딩이 차례로 폭삭 가라앉는 장면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세계경제의 중심인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펜타곤이 지난 11일 여객기에 의한 테러공격을 받았다. 무역센터가 존재도 없이 사라지고 펜타곤은 다행히 일부만 파괴됐다. 사상자도 수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로 인한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 미국뿐 아니라 문명사회에 대한 조직적인 태러로 그 시스템을 색출, 응징해야 한다.
이번 테러 사건은 헐리우드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IT에 의한 특수 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의 압도적 영상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날 무역센터 붕괴 장면의 생중계는 우리가 영상 이미지와 현실이 혼재된,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4대의 대륙횡단 여객기를 납치, 자살 공격에 쓴 실제 테러 현장은 백악관을 날려버린 '인디펜던스 데이'의 상업적 상상력마저 왜소하게 만들었다. 무역센터가 폭발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아마게돈'을 베낀듯 흡사하다. 맨해튼 거리를 내달리는 사람들의 공포어린 표정은 '고질라'에서 본대로다.
그러면 이 사건은 왜 발생했나. 이번 공격은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미국이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이후 가해진 최대규모의 적대행위다. 냉전해체 이후 미국은 정치 ·군사·경제적으로 독주체제를 굳혀왔다. WTO(세계무역기구)출범과 더불어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는 수많은 경제적 약자를 만들어 내며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과정에서 미국 부시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대외정책은 이슬람권 국가들로부터 극도의 분노를 사고 있다.
테러의 주범도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으로 굳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희생자가 워낙 많고 미국이 강력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 등 서방측과 이슬람권 간에 3차대전을 방불케 하는 문명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양측 간의 대결이 조정이 가능한 정책이나 이해 갈등의 차원을 넘어 신념의 대결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라덴의 입장에서 미국에 적개심을 갖고 테러를 감행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벌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지원, 또 하나는 이슬람교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국이 군대를 주둔해 이슬람교도를 모독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는 석유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사활적 이익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안보는 서구의 유대·기독교 문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역시 양보할 수 없는 신념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경제 전반에도 불가피하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4·4분기에는 미미하나마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경제는 당분간 더욱 어려워질 것이 확실하다. 가뜩이나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테러 충격이 미 전역을 뒤덮어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도 동반침체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과 이로 인한 세계 경기 회복지연은 수출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IT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미국행 항공편이 전면 결항됨에 따라 비행기로 운송되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류 수출 차질액이 하루 25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경우 IT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예측이 전반적인 IT산업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의 보복 목표가 중동쪽을 향하게 된다면 유가의 급등도 필연적이다. 이미 우리나라 원유도입량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테러 당일 1. 29달러가 올라 지난 6월 이후 다시 26달러 선에 진입했다.
따라서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과 내수 진작을 비롯한 단기·장기 자구책을 재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테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로 인한 심리적인 공황이다. 분노와 허탈감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평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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