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1:13 (목)
<심층진단> 실적공사비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심층진단> 실적공사비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4.06.10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가격 반영 어려워 공사비 하락 불가피

우리나라 입·낙찰구조에선 정상 작동 불가능
당초 취지 상실…보완 아닌 특단 대책 필요
부실시공 유발-시설물 안전 위협 등도 문제

적정 사업비를 확보하고 시공품질을 높이기 위해 실적공사비 제도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관련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정보통신공제조합 등 16개 건설관련단체가 실적공사비 제도의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이와 맥을 함께 한다.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일시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땜질처방이 아니라 실적공사비의 완전폐지를 통해 적정 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실적공사비 제도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입·낙찰구조 하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16개 건설단체는 탄원서에서 “건설시장을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바라보고 순공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공사비를 계속 유지하는 한 건설산업은 결코 정상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건설산업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실적공사비제도의 폐지를 건의한다”며 “건설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업계의 건의를 반드시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 공사비 하락 불가피 = 정부는 지난 2004년 건설공사에 시장가격 등을 반영하기 위해 실적공사비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실적공사비 제도는 과거에 수행한 시설공사의 공종별 계약단가를 기초로 공사원가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공사에 필요한 인력 또는 장비 등을 수량으로 표시해 공사원가 산정의 기초자료로 삼는 표준품셈과 구별된다.

실적공사비는 발주자와 건설업자간 체결된 계약의 ‘단가’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산정한다.
설계금액이 100원으로 책정된 공사가 80원에 낙찰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공사에 실적공사비를 적용해 이를 설계금액으로 산정할 경우 80원이 기준값이 된다. 여기에 80% 낙찰률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공사비는 64원으로 떨어진다.

같은 방법으로 64원을 실적공사비로 수집하고 여기에 동일한 낙찰률을 적용할 경우 공사비는 또다시 51.2원으로 하락하게 된다.

이처럼 실적공사비는 공사비 단가가 계단식으로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어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공사비 산정 시 아직까지 실적공사비를 적용하고 있지 않으며, 내년에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실적공사비를 적용하고 있는 건설공사 및 전기공사의 사례를 감안할 때 정보통신공사에 이 제도가 도입되면 큰 폭의 공사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에선 정상작동 불가능 = 공사비 산정과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가변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 따르면 실적공사비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를 비교하면 공사비지수는 64.6%, 노무비지수는 56.8%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실적공사비는 오히려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최초로 발표된 실적공사비 공종 가운데 현재까지 존재하고 단가의 정의가 변동되지 않은 173개 공종의 평균하락률(산술평균)을 분석한 결과다.

이런 결과는 국내의 경우 예정가격보다 일정비율 낮은 금액으로 입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실제 시공이 가능한 금액으로 입찰하는 선진국의 입찰방식과 항상 우리나라 입·낙찰제도는 기본 바탕이 다르다는 의미다. 

즉, 계약단가에 과거의 낙찰률을 반영해 산정하는 실적공사비는 구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에 비춰볼 때 실적공사비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입·낙찰구조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아울러 공사비 산정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설정돼 있음에도 정부가 계약단가를 활용해 실적공사비를 도입한 것은 공사비 삭감을 위한 일방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당초 도입취지 상실 = 실적공사비 제도가 당초의 도입취지를 상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년 전 정부가 실적공사비 제도를 도입한 명분은 업체 간 기술경쟁을 활성화하고 시장가격 반영을 촉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달리 실적공사비 적용으로 공사비가 낮게 책정돼 적정수익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경영위기에 내몰리는 시공업체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실적공사비 적용이후 대다수 시공업체들이 기술경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오로지 공사수주를 위한 가격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과 괴리된 실적공사비가 시장가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실적공사비 제도는 당초의 도입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이미 존재가치를 상실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 일부 보완만으론 개선 불가능 = 정부도 실적공사비가 현실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보완책을 강구해 왔다.

우선 지난 2007년 최저가공사에서 실적공사비 적용공종은 공사비의 3/1000보다 낮게 투찰할 수 없도록 했다. 2012년엔 적격심사공사에 대해 설계단가와 5% 이상 차이가 나는 계약단가는 실적공사비 수집에서 배제토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개선 이후에도 실적공사비 단가는 계속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즉, 적격심사공사의 경우 5%씩 공사비가 하락하고, 턴키·기술제안입찰도 공사비가 계단식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제도개선 이전에 이미 하락한 실적공사비 단가는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시장가격과 차이가 큰 실적공사비 단가의 현실화를 위해 시장조사를 거쳐 단가를 조정하는 ‘단가조정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시장조사 후 단가를 조정하더라도 하도급 계약단가만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단가조정제도는 현실의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없는, 현실과 괴리된 임기응변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 부실시공 유발 = 실적공사비 제도는 공사비의 구조적 하락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저가의 공사비 산정으로 부실시공을 유발하고 시설물 및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를 낳는다.

특히 비현실적 실적공사비로 인한 공사비 삭감은 기업으로 하여금 품질·안전관리 보다는 원가관리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이는 시설물의 품질 및 안전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저임금·미숙련 노동력과 저급자재 사용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공공시설물의 품질저하를 불러오고 부실시공 발생위험을 높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무리한 공기단축 및 안전관리비용 삭감으로 건설근로자의 산재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 낮은 공사비로 산업기반 붕괴 = 공사비 부족이 중소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등 산업기반 붕괴를 초래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국내 건설시장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중소건설업체는 기술개발 투자여력을 상실하고 젊은 신규인력의 진입기피로 산업경쟁력은 갈수록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또한 공사비 부족은 저가·불법하도급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폐해는 자재·장비업자, 건설근로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사회취약계층의 생활기반을 어렵게 하는 등 산업구성원 모두를 공멸의 위기로 내모는 갈등의 불씨를 잉태할 공산이 크다.  

□ 경영위기감 고조 = 실적공사비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절박한 목소리는 전반적인 건설경기의 침체 속에서 고조되고 있는 업계의 위기감과 궤를 함께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공공사 축소에 따라 수주기회가 적어지고,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적자시공을 면하기 어렵다. 이 같은 변화가 경영위기의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발주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공사는 적자시공의 구체적 사례로 꼽힌다.
이 공사는 5000억 원이 넘는 대형공사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공사비로 책정으로 1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이 공사는 건설업계의 외면을 받으며 연이어 유찰되는 결과를 낳았다. 

16개 건설단체는 탄원서에서 “우리 건설산업은 산업인프라 공급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해외건설을 통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경제에 대한 건설산업의 높은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건설기업은 장기침체에 따른 물량부족, 자금경색 및 수익성 악화 등으로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퇴보하지 않으려면 건설시장이 하루빨리 정상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18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