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7:52 (화)
(신충우 칼럼)20년만의 귀향
(신충우 칼럼)20년만의 귀향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09.08 10:08
  • 호수 1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망망대해에 살던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자기가 태어났던 민물로 돌아 오듯 귀향한 것이다.
필자는 시공분야를 시작으로 정보통신과 인연을 맺었는데 20년만에 다시 정보통신공제조합을 비롯해 관련공사업체들이 설립한 한국정보통신문에서 일하게 됐다.
1980년대 초반은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태동기였다. 한국통신이 정보통신부에서 분리되고 데이콤이 설립되는 등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오장동의 구회관에 있던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도 디지털시대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정보통신교육원을 건립했다.
이 당시는 국내외로 굵직한 역사적인 사건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보기기 총아로 불리는 PC탄생이다.
중대형 컴퓨터업체인 미 IBM은 81년 8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의 PC 'PC 5105'를 공개했다. 물론 이보다 5년 앞서 애플컴퓨터가 '애플'이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출시했지만 IT(정보기술) 전문가들은 IBM PC를 PC의 '원조'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 애플컴퓨터의 8비트 컴퓨터는 일부 매니아를 위한 제품이고 애플 외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C 5105는 지금 시각에서 보면 '깡통'에 가까운 제품이었다. 지금 칩보다 500분의 1의 속도를 내는 '8088'이라는 저성능 CPU(중앙처리장치)에 흑백 모니터, MS-도스라는 초기 운영체제(OS)를 내장하고 있었다. 하드디스크가 없기 때문에 얼굴 크기만한 디스켓에 데이터를 내장해야 했고, 컬러화면도 구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깡통 PC는 20년 만에 세계의 역사를 뒤바꾸며 정보화시대를 열었다.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보급이 크게 기대되지 않았으나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했다. 급기야 86년 12월에는 타임지가 PC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PC의 판매량과 제품 성능은 광속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81년 첫 해에는 대략 4만대의 PC가 팔렸지만 컴팩·델과 같은 PC제조업체가 등장하며 판매대수가 매년 갑절 이상 늘었다. 또 XT와 286AT라는 80년대 제품을 거쳐 90년 이후 386·486 PC가 등장하면서 PC의 성능도 광속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94년 이후 PC가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PC는 세계 경제의 심장이 되었다.
국내에는 IBM/PC가 85년부터 공급됐다. 16비트 컴퓨터로 이에 앞서 국내에 보급됐던 8비트 애플PC의 보급이 부진해지면서 개발 보급경쟁이 일기 시작했다. 참여업체는 20여개였다. 한국IBM은 PC 5550의 완제품을 들여다 팔려다 정부와 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8비트 애플PC는 83년부터 교육용컴퓨터로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 컴퓨터산업이 면모를 갖추게 되고 개인용컴퓨터(PC)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됐다. 정부는 83년 5개 PC업체로부터 업체당 1천대씩 PC를 납품받아 각급 기관 및 학교에 보급했다. 이 해는 정부가 지정했던 '정보산업의 해'였다. 과학기술부는 82년 한국정보통신연구소에 용역을 주어 8비트 PC의 기본사양을 정하고 납품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8비트 애플PC는 83년부터 84년 상반기까지 반짝경기를 보이다가 84년 하반기부터 덤핑입찰, 소프트웨어 공급부족, 기능미흡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보급에는 실패했지만 국내에 컴퓨터산업을 도입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그러나 잘 나가던 IT분야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시작된 IT산업 불황은 대서양을 건너 유럽을 강타했고, 다시 태평양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을 침체에 빠뜨리고 있다.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컴퓨터·모니터·휴대전화 같은 IT기기들의 판매량이 뚝 떨어지면서 불황의 파도가 강하게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산업의 뿌리마져 뽑힐 정도의 초특급 강풍이다. 우리도 '정보산업'이 발아된 후 사상 처음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IT산업은 1997∼98년 IMF사태때도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불황의 늪속에 빠졌다. IT종주국인 미국의 경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IT불황은 장기화될 전망이나 초심으로 돌아가 대책을 강구해야 겠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라는 정지용 시인의 '귀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신충우 논설주간 itshin52@ko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1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