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공동행위 관리·감독 더욱 강화될 듯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CCTV 구축사업에 대한 정부의 감시망이 촘촘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을 발주하는 지자체는 사업전반의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설계·시공업체 등은 감시·관제시스템의 품질과 성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주목할 만한 정부의 조치는 방범용 CCTV 설치사업의 입찰담합을 적발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강남구청이 발주한 방범용 CCTV 설계용역 입찰과정에서 낙찰회사와 들러리 회사를 사전에 합의한 2개 사업자를 적발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회사는 대영유비텍(주)와 동화전자산업(주)으로,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대해 입찰담합 금지명령을 내리고 총 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밝힌 사업 추진 경과 및 담합과정은 이렇다.
강남구청은 지난 2009년 9월 ‘방범용 상황 관찰기 설치 및 관제시스템 용량증설 실시 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입찰공고가 나자 대영유비텍과 동화전자산업은 임원 간의 만남을 통해 낙찰회사와 들러리 회사를 미리 정하고 입찰에 참가했다.
즉, 동화전자산업은 대영유비텍의 들러리로서 입찰에 참가하고 이에 따른 대가를 대영유비텍이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대영유비텍이 사업을 낙찰 받은 후 설계용역의 일부를 동화전자산업에게 하도급을 주는 조건이었다.
대영유비텍은 동화전자산업에게 들러리 역할을 요청하고 동화전자산업이 이에 따르는 방법으로 합의를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대영유비텍은 동화전자산업에게 입찰 예정가격보다 높게 투찰가격을 제출할 것과 발주처의 기술평가 심사에 불참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동화전자산업은 당초 입찰예정가격 1억1754만5120원의 106% 수준인 1억2500만 원으로 투찰했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담합에서 △제3의 장소에서 합의 △입찰제안서 파일 제공 △기술평가 심사 불참 △들러리 대가 제공 등 공정경쟁을 회피하는 다양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우선 대영유비텍과 동화전자산업은 자신의 사무실이 아닌 경기도 일산소재 다른 회사의 사무실에서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영유비텍은 동화전자산업에게 입찰제안서 파일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들러리 역할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동화전자산업은 대영유비텍의 요청에 따라 발주처의 기술평가 심사에 고의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대영유비텍은 해당사업을 수주했고 설계용역의 일부를 동화전자산업에게 2500만 원을 주고 하도급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 시·군·구가 방범용 상황관찰기 설치 시, 담합으로 인한 추가비용 지출을 예방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향후 공정한 경쟁질서를 저해하고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공공입찰 담합에 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3월 ‘공공안전·신뢰 저해행위 등 비리점검’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서울 강남구와 성북구 지능형 CCTV 설치사업의 부실한 업무처리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지자체는 성능이 미달하는 방범 CCTV를 보완조치 없이 부당하게 준공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능형 감지시스템을 구축한 업체의 영상분석기술도 함량미달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감사원은 해당 지자체 담당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부실한 지능형 감시시스템에 대해서는 보완시공을 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기관의 제재 조치는 CCTV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입찰참가 업체에 직·간접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번 공정위의 입찰담합 적발을 계기로 지자체 CCTV 구축사업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공개는 지자체 지능형 CCTV 설치사업의 품질관리가 한층 강화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