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은, 채권의 종국적 실현을 위해 채무자의 재산을 보전하고 유지시키기 위한 책임재산보전제도의 하나로 채권자 취소권(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 민법 제406조)을 마련하여,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한 재산처분행위를 부인하고, 일탈된 책임재산을 회복시키는 적극적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액의 채무를 지고 있으나 무자력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부친의 사망으로 상속을 받아 채무를 변제할 수 있음에도 상속포기를 했을 경우 과연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속포기의사표시를 취소하고 상속포기로 인해 일탈된 책임재산을 회복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자주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고(2015. 5. 14.선고 2013다 48852 판결), 상속의 포기는 비록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없지 아니하나, 이는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속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 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결단’으로의 성질을 가지며, 상속인의 채권자 입장에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따라서. 상속포기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 29307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부채를 지고 있는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여 설사 무자력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의 채권자는 사해행위를 이유로 상속포기의사를 취소할 수는 없다. 다만, 상속을 승인한 후 상속재산분할과정에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할 경우에는 사해행위(대법원 2007. 7. 26.선고 2007다 29119 판결)가 될 수 있으므로,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상속재산분할과정에서 상속분을 포기할 것인지 그 선택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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