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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괴리된 규정 즉각 보완
제도의 균열 막아야
현실과 괴리된 규정 즉각 보완
제도의 균열 막아야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5.12.14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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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전력신기술 제도 폐지가 주는 교훈

취지 좋더라도 현장 여건 반영 못하면
각종 부작용 야기…중소기업에 큰 피해  
정보통신 신기술 관련 기준 정립 필수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
중소기업의 건실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반드시 뿌리 뽑아야한다고 지적하는 소위 ‘3불(不)’이다. 

실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불합리한 도급관계가 형성돼 불공정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무척 많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에 의한 부작용으로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인 일도 자주 일어난다.

이런 일들이 쌓이다보면 시장의 무게중심이 일부 기업이나 영향력을 지닌 소수집단 쪽으로 쏠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낳게 된다.

지난 1997년 도입된 전력신기술 제도에는 이 같은 ‘3不’의 폐해가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잘못된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됐고, 이는 부당거래와 시장질서의 문란을 초래했다. 그 피해는 힘없는 전기공사업체들이 봤다.

이런 이유로 전기공사업계의 지탄과 원성을 사온 전력신기술 제도가 마침내 폐지된다. 전기공사업계는 오랜 숙원을 풀게 됐다고 희색이다.   

정부와 관련업계도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업체가 억울한 피해를 보고 시장질서가 흐려지는 일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 전력신기술이 뭐기에 = 전력기술관리법에 바탕을 둔 전력신기술 제도는 지난 1997년 도입됐다.

이는 전력분야 신기술 개발 의욕을 고취하고 신기술로 지정된 제품의 홍보 및 보급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즉 안전성과 경제성, 시공의 편의성이 뛰어나 신기술 개발자와 발주자, 시공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게 제도의 기본 취지였다.

그렇지만 전력신기술 제도는 그간의 운영과정에서 숱한 부작용과 문제점을 야기해 원성과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 노영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해 전력신기술 제도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법령 개정안은 지난 6월 25일 국회 본회의 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여러 정치현안에 막혀 처리가 불투명했으나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실효성이 낮은 전력신기술제도를 폐지하고,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른 신기술인증제도로 통합해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가 개정 법령을 공포해 시행하면, 전력신기술 제도는 더 이상 효력을 지니지 못하게 된다.

□ 신기술 보호·활용규정 = 기존 전력기술관리법은 전력신기술의 보호·활용을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신기술개발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바에 따라 신기술을 사용한 자에게 신기술 사용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정부로 하여금 발주자에게 신기술과 관련된 장비 등의 성능시험과 시공방법 등을 권고해 전력신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발주자에게 시험시공의 결과가 우수한 신기술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을 권고하도록 했다.

발주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전력시설물공사 설계에 신기술을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 공사 발주 시 공사계약서에 전력신기술에 관한 내용을 명시해 신기술개발자가 해당 전력시설물공사 중 신기술과 관련되는 공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정책자금 및 금융지원도 후했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력신기술 개발자에게 중소기업은행의 기술개발자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기술신용보증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 허술한 지정절차 등 물의 = 하지만 전력신기술제도는 당초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소수의 신기술 개발자와 발주자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부작용을 낳았다. 신기술 적용 및 시행에 따른 불이익은 상대적 약자인 전기공사업체에 전가됐다. 

이로 인해 업계의 민원과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오랫동안 반드시 철폐해야 할 대상이 돼 왔다.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하기 그지없는 신기술 지정절차였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한차례의 서류심사만 통과하면 전력신기술로 지정 받을 수 있다.

환경신기술이나 신기술(NeT), 신제품(NeP) 인증, 건설신기술 등 여타분야 신기술 및 인증의 경우 1차 서류심사, 2차 현장실사, 3차 심사 등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 것과 비교할 때 전력신기술 지정절차는 너무나 단순했다. 

□ 과다한 사용료도 문제 = 공사원가 절감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기술 사용료의 요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큰 문제였다. 여타분야 신기술의 경우 요율이 약 5% 정도였으나 전력신기술인 요율이 약 21%에 달해 관련업체에 많은 부담을 줬다. 또한 전력신기술 지정과 관련한 뇌물·금품수수 등 비리가 만연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신기술 적용을 목적으로 일반 경쟁입찰 원칙을 무시하고 무리한 공사발주가 이뤄진 것도 큰 물의를 빚었다. 특히 신기술 공종이 일부 포함된 공사를 단일공종으로 분리발주 해 기술개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는 일이 빈번했다. 이로 인해 수십 년간 해당공사를 수행하던 다수의 전기공사 전문업체들은 입찰참가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력신기술로 인해 비용이 증가하고 적정공사비는 확보하기 어려워져 전기공사업계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호소해 왔다. 더욱이 전력신기술 관련비용의 증가로 기술자들의 안전에 관한 비용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겼다.

이런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전기공사업계는 정부와 국회에 관계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로써 이번에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이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게 됐다.

□ 정부·업계에 던지는 메시지 = 이번 전력신기술 제도의 폐지는 정부와 관련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합리적 제도개선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제도의 근본취지가 좋더라도 관련업계나 정책 수요자, 집행기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뜻하지 않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에 정부는 각종 제도가 본래의 도입 취지에 맞게 올바르게 운영되는지,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이나 폐해는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

또한 신기술 개발의 속도와 시장의 주기가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와 규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보완은 필수라 할 수 있다. 규정과 현실과의 괴리가 발견된다면 즉각적인 보완점을 마련해 제도의 균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제도 시행의 과실(果實)이 소수의 기업이나 특정인에게 돌아가는 건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에 메스를 댔다는 점에서 보면 전력신기술 제도의 폐지는 정보통신공사업 등록기준 신고제도의 폐지와 맥을 함께 한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정보통신공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부적격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통신공사업 등록기준 신고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3년마다 등록기준에 관한 사항을 시·도지사에게 다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부실·부적격업체의 차단효과는 미미했고 정상적으로 공사업을 영위하는 건실한 정보통신공사업체에게는 큰 부담을 줬다.

이에 관련업계는 국회 및 정부에 관련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법의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이런 의견을 담아 관계법령이 개정됨에 따라 등록기준 신고제도는 지난 3월 31일 폐지됐다.

□ 합리적 기준 마련 ‘필수’ =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정보통신공사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정부와 힘을 합쳐 지난해부터 정보통신공사업 역량 강화방안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는 업계의 기술역량 강화와 정보통신공사업 신기술 제도 도입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전기 및 건설분야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신기술 발굴을 촉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전력신기술 제도 폐지 사태에 비춰볼 때 정보통신공사업 신기술 제도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면, 제도의 합리적 기틀을 만드는데 더욱 치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기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련업체의 경영여건과 현장의 의견 등을 다각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신기술 지정절차 및 활용·보호기간, 지원방안 등에 관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필수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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