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전문업체 등장·서버 등 급성장
‘깡통’ 네트워크장비인 화이트박스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화이트박스(White Box)란, 네트워크OS 등의 소프트웨어(SW)가 포함되지 않은 하드웨어(HW)를 일컫는 용어다.
언뜻, 미완성 제품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네트워크라는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면 화이트박스 시장이 가진 잠재력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비용절감이다.
기존 완제품으로서의 네트워크장비는 HW와 SW의 일체형으로, 네트워크 자원을 증설하고자 하는 경우 원하는 용량이나 기능 구성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즉, 필요한 스펙보다 과도한 장비를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화이트박스 기반의 네트워크는 필요한 스펙에 해당하는 HW를 구매해 최적화된 SW를 필요에 따라 구성할 수 있어 기존 일체형 장비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화이트박스 시장이 지닌 또 하나의 잠재력은 네트워크 업계가 개방형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다.
기존 장비 업계는 HW와 SW 기술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폐쇄적인 시장이었다. 하지만 화이트박스는 HW와 SW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각각의 전문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처럼 화이트박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기술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공이 크다.
SDN은 단일 네트워크장비를 컨트롤 플레인과 데이터 플레인으로 분리하고, 컨트롤 플레인을 SW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기술로, 현재 국내 통신3사가 상용망 적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화이트박스가 빠르게 적용 중인 분야는 스위치·라우터 시장이다.
빈 스위치와 라우터에 맞춤형 SW를 결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원하는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 화이트박스 스위치·라우터 전문업체와 네트워크SW 개발기업 간 기술협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화이트박스 바람은 서버로 옮겨 붙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작년 1분기 전세계 서버시장에서 화이트박스 서버업체로 구성된 주문자개발생산(ODM)은 전체의 7.6%에 해당하는 9억7490만 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22% 성장한 수치를 기록했다.
화이트박스 서버는 기업의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생산되는데, 클라우드 등 서비스업체들의 화이트박스 서버 구매가 크게 늘면서 관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화이트박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화이트박스가 내세우고 있는 비용절감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화이트박스에 올릴 수 있는 SW는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무료로 공급할 수 있지만 실제 장비에서 최적화하기까지는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 특히 아직 네트워크와 SW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트박스가 가져다줄 이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 단기적으로는 기존 장비를 쓰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다”며 “SDN 자체가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화 단계에 이르러야 명확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