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임죄는 물건의 거래를 함에 있어서 종종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바, 어떤 물건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만 수수한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언제든지 해약 하여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나 잔금이 수수되었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없는 한 해약을 할 수 없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그럼에도,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매매한 경우 그 목적물이 동산이냐, 부동산이냐에 따라 배임죄의 성립여부가 갈려 그에 관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동산의 이중양도와 관련하여, 갑이 ‘인쇄기’를 을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병에게 기존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한 사안에서 대법원은“동산 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형법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 갑이 목적물을 매수인 을에게 인도하지 않고, 이를 병에게 처분하더라도 형사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산 이중양도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련해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 그 계약의 내용에 쫓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자기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의 사무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므로, 이러한 단계에 이른 후 매도인이 그 부동산을 제 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며, 대법원은 부동산의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확고히 견지해오고 있다.
위와 같은 판례에 유념하여, 특히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서 중도금이나 잔금이 수수되었음에도 기존 계약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할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상의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이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