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
시공시공동향·입찰제도·산업안전
지역경제 활성화 눈감은 자산관리공사
국토균형발전-지방분권 등 정부정책 무시
<이슈추적> ‘부산통합청사 신축공사’ 통합발주 논란
이민규 기자  |  fatah@k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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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2  21: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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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 앞세워 대기업에 유리하게 입찰
건축기술사 등 아니면 현장설명참가 불허
형식적 공동계약 명시…지역업체 화 키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Korea Asset Management Corporation)가 지난 10월 24일 발주한 ‘부산통합청사 신축공사’를 놓고 전문 시설공사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공사를 공종별로 분리하지 않고, 통합발주 형태의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집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캠코는 이번 공사의 사전심사 신청서 제출일을 11월 14일로 정했으며, 11월 23일 현장설명에 참가한 업체에 대해서만 입찰 참가자격을 주기로 했다.

더욱이 관계법령에 따른 건축분야 특급기술자 또는 기술사만 현장설명에 참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산지역 소재 정보통신공사업체 등 중소 시설공사업체의 사업 참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관련업계는 이 같은 위법한 입찰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10월 27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부산·울산·경남도회와 한국전기공사협회 부산시회가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어 캠코의 부당한 사업추진을 강하게 규탄한 것도 이러한 대응책의 일환이다.

관련업계는 캠코가 이번 입찰에 대해 전향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조만간 전국 단위의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업계의 생존권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위법한 입찰에 맞서 총력전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입찰방식 대형 건설사에 절대적으로 유리

‘부산통합청사 신축공사’는 26억 원 규모의 정보통신공사를 비롯해 △건축(495억 원) △전기(69억 원) △소방(39억 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추정금액이 총 631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캠코는 이번 공사를 분리발주하지 않고 각 공종의 공사업에 모두 등록한 업체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발주처가 제시한 설계에 대한 보완과 시공을 병행하도록 하는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중소규모 전문 시설공사업체의 사업참여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이처럼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입찰방식을 적용함에 따라 부산지역 전문 시설공사업체들은 알토란같은 일감을 외지의 대기업에게 고스란히 내줘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원도급자인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아 공사를 수행하게 되더라도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련업계의 하소연이다.

캠코가 이번 공사에 실효성 없는 공동계약 규정을 적용한 것도 전문 시설공사업체들의 분노를 부채질 하고 있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캠코는 이번 공사를 지역의무 공동도급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해당지역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는 업체와 공동도급 할 것을 권장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지역업체와 공동도급을 한다고 해도 기술제안 심사 시 아무런 가점을 얻을 수 없다”면서 “사정이 이런데 어떤 건설업체가 지역의 중소 전문업체와 공동도급을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캠코가 외지의 대기업만 우대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공동계약 규정을 둔 것으로 사실상 지역업체를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정보통신공사협회 부산·울산·경남도회 회원들이 부산통합청사 신축공사 분리발주 촉구 궐기대회에서 자산관리공사의 이기적인 행정을 규탄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지난달 27일 열린 분리발주 촉구 궐기대회에서 이 같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입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박봉근 부산·울산·경남도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번 사업에서 26억 원 규모의 정보통신공사가 분리발주 된다면 회원사 중 상당수 업체는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의무 공동도급을 적용한다면 적어도 13억 원 규모의 공사를 지역업체가 수주할 수 있다”면서 “캠코가 불합리한 입찰방식을 적용해 중소업체의 사업 참여를 원천 차단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경제 활성화 무색…대기업 배만 불리나

이번 공사를 발주한 캠코는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인수와 기업 구조조정, 국유재산관리 및 체납조세정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이에 캠코는 모든 입찰을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집행하고 관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캠코는 국토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이라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지난 2014년 12월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캠코가 부산시 문현금융단지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발표한 ‘부산 현지화 계획’도 관심을 모은다. 

현지화 계획의 요체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계획을 적극 지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국제금융도시인 부산의 위상을 더욱 높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사에서 지역 중소업체의 사업 참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입찰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당초의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정보통신공사 등에 대한 분리발주제도의 기본취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는 것인데 캠코는 공정경쟁과 상생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버리고 행정편의를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과 지역경제가 살아야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으며, 정부와 공기업의 지방이전 정책도 지역경제 살리기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캠코는 중소기업 보호·육성에 대한 공공기관의 기본책무를 외면한 채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꼭두각시로 전락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 박봉근 부산시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경기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지역의 중소업체들을 외면하고, 건설대기업만 잘먹고 잘살수 있도록 움직이는 건설업체의 자회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리발주 수차례 요청했지만 묵살

관련업계는 10월 24일 입찰공고가 나고 불과 3일 만에 대규모 궐기대회를 여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 8월 1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나온 뒤부터 이번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수차례 건의한 바 있다.

특히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관계법령에 명시된 분리발주 규정 등을 토대로 이번 입찰을 공정하고 적법하게 처리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먼저 정보통신공사협회는 지난 8월 3일 국토부(기술기준과)에 이번 입찰의 심의범위에 대해 질의했으며, 8월 22일에는 기획재정부 및 캠코에 분리발주 및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준수해 줄 것을  안내했다.
이어 8월 24일과 25일 캠코와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를 직접 방문, 분리발주 규정 및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반드시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더해 9월 27일에는 정보통신공사협회 부산·울산·경남도회 박봉근 도회장과 이화원 부회장, 중앙회 이광희 정책사업본부장 등이 캠코를 다시 방문해 분리발주 및 법제처 법령해석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10월 12일에는 박봉근 도회장과 사무국장이 캠코를 재차 방문해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발주를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캠코는 지난 10월 24일 이번 공사를 당초의 방침대로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통합발주 함으로써 전문 시설공사업계의 공분을 샀다.

캠코는 이번 공사를 공종별로 분리발주 하지 않은 것은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기재부가 이번 공사에 분리발주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인데, 정작 기재부는 사업 추진에 대한 모든 권한은 캠코 측에 있다면서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 궐기대회 후 정보통신공사협회 부산·울산·경남도회 박봉근 도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전기공사협회 김갑상 부산시회장(왼쪽) 등 유관단체 대표들은 캠코를 방문, 이번 공사의 분리발주를 촉구하는 결의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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