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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입찰 틈새 보일 때 마다 ‘분리발주’ 판 흔들기
공공입찰 틈새 보일 때 마다 ‘분리발주’ 판 흔들기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6.11.17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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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앞세워 발주기관 발목
사업수주 때 유리한 입지 구축

정보통신공사업체 짓눌러 잇속 챙기기

전문시설공사 특수성 등 무시
첨단ICT설비 건설사가 구축 땐
정보통신망 치명적 오류 우려

“책임소재 불분명” 분리발주 막아
근간 흔들릴 땐 하도급업체 양산
안전판 사라져 중소업체 위기

건설업계의 통합발주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편승하거나 사업추진 및 하자관리의 효율성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입찰의 틈새가 보일 때마다 대형공사의 통합발주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 왔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무리한 통합발주 주장은 논리적 오류의 전형이라는 데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분리발주제도의 근본 취지와 전문 시설공사 영역의 전문성, 산업분야별 특수성을 무시하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현상을 확대해 전체적인 본질을 호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건설업계가 애초부터 ‘입찰 및 공사관리의 효율성’이라는 프레임을 짜놓고 이 방향으로 발주기관을 유도함으로써 사업수주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첨단설비 구축, 전문업체에 맡겨야

다수의 전문가들은 “입찰방식을 둘러싼 논란을 단순히 업역 다툼의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입찰질서와 공정거래, 국가경제 발전의 측면에서 정보통신·전기공사 등의 분리발주에 대한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설비가 갈수록 첨단화·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공사는 반드시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시공해야 한다는 게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첨단 ICT 설비 구축을 일반 건설업체가 맡을 경우 국가의 중추 신경망격인 정보통신설비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리발주, 중기 보호-육성에 부합

이와 함께 분리발주제도는 중소기업의 보호 및 육성에도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는 현정부가 추진하는 중기 육성 및 기업 간 균형발전 정책과도 부합하고 있다.

특히 헌법 제123조 2항과 3항은 지역 간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국가의 지역경제 육성 의무와 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분리발주제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정보통신설비 구축에는 건설공사와 같이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해당 공사를 수행하는 기업도 구조적으로 소규모일 수밖에 없으며 정보통신공사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즉, 분리발주제도는 자본력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적 안전판이라는 주장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분리발주 흔들리면 하도급 업체 양산

이렇듯 분리발주제도가 중소기업의 보호·육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을 경우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통합발주가 명문화된다면 건설, 정보통신, 전기공사업 등록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대형 건설업체만이 원도급 업체의 지위를 갖게 되고 나머지 업체는 이들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전망이다.

이는 하도급 과정에서 건설업체들이 일반관리비 형식으로 공사대금의 일정액을 제외하는 도급구조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업계에 따르면 일선 현장에서 원도급자가 하도급 시 제외하는 공사대금은 원도급 금액의 약 40~50%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공사업체가 하도급 공사만을 수행하게 될 경우 적정이윤을 확보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업체는 손도 안대고 이윤 추구

반면 대형 건설업체는 정보통신공사의 하도급을 통해 원도급금액중 일정액을 일반관리비로 공제함으로써 종전보다 한층 손쉽게 이윤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 그대로 ‘손을 안대고 코 푸는 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중소규모의 전문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설 대기업은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게 돼 업종·산업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건실한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분리발주제도 폐지로 인해 건설산업의 발전이나 일자리 창출 등의 부수적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건설 대기업의 이윤확보 이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분리발주, 유지관리 비용 절감

건설업계에서 주장하는 분리발주 폐지의 논지는 경제적 측면과도 맞물려 있다. 분리발주가 아닌 통합발주를 통해 공사비를 줄이고 유지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건축물을 신축해 유지하는 비용을 산출했을 때 초기 신축비용은 약 20%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건축물의 유지·관리에는 80%가 소요돼 정보통신공사 및 전기공사를 분리발주 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전문업체에 의한 설계·시공·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유지관리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체 간 책임한계, 통합발주 명분될 수 없어

이와 함께 정보통신공사업계는 분리발주로 인해 하자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없다는 건설업계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건설의 하자는 시설물의 뒤틀림, 침하 등에 따른 구조적 결함을 의미하는 반면 정보통신설비의 결함은 접속불량 및 네트워크 체계의 이상 등의 원인에 따라 발생하므로 건축물의 하자 발생 시 책임소재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하는 표준계약서에는 처음부터 건설과 정보통신·전기공사에 대한 작업범위 및 공정, 책임한계 등의 명확하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건설업계 주장의 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즉 건설업체와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책임한계를 갖고서 다투는 것은 △미흡한 설계 △잦은 설계 변경 △계약사항 불이행 △불법하도급 때문이며 분리발주와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시행하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분리발주는 시공품질 향상과 안전 확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건설·정보통신공사업자간 협력이 중요

건설업계에서는 분리발주를 하면 건설업체와 정보통신공사업체의 공정계획 조정이 어렵고 공기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통신공사업계에서는 공기지연의 원인을 다르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조정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발주자의 관리능력 부족과 무리한 통합발주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아울러 비현실적인 공사진행에 따른 유찰로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사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더 큰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부실한 설계 및 감리, 불법하도급 등도 원활한 공정 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건설업자의 비합리적인 공정관리와 다른 업역의 업체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요컨대 분리발주가 공정계획의 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으며, 건설 및 정보통신공사업자가 대등한 사업수행 주체로서 긴밀히 협력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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