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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작고 득은 커…“걸리면 한 대 맞자”
실은 작고 득은 커…“걸리면 한 대 맞자”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6.11.24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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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먹기식 뒷거래로 물량확보
은밀한 짬짜미 유혹 못 뿌리쳐

대기업 일수록 제재·과징금 많아
중기 참여 막아 시장 경쟁 왜곡

적발돼도 과징금 부과까지 2년
고만고만 한 중복·처벌도 문제
실효성 확보된 제재 수단 필요

담합과 과징금의 악순환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서울시 상수도관 비굴착 갱생공사에서 영업지역 나누기 담합을 한 3개 사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또 가스공사의 무정전 전원장치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7개 사를 적발해 과징금을 물렸다.

각종 공공입찰에서의 담합은 산업 전반에 모세혈관처럼 퍼져있다. 기업들은 입찰담합이 불법이고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은밀한 짬짜미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나눠 먹기식 뒷거래를 통해 어느 정도의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 제재를 받더라도 사업수주를 통한 이득이 더 크다는 인식이 상당수 기업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 시평순위 높일수록 담합도 많아 = 건설업종은 입찰담합이 횡행하는 대표적인 산업분야로 꼽힌다.
지난 8월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적발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의 부당한 공동행위는 총 102건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이런 부당행위에 부과한 과징금도 1조1223억 원에 달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높을수록 제재 횟수와 과징금 액수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대기업의 입찰담합은 중소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가로막아 공정한 시장경쟁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 입찰담합 삼진아웃제 도입 추진 = 입찰담합의 폐해를 막기 위해 국회 교통위원회 정종섭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7월 22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간의 제한없이 3회 이상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른바 입찰담합 ‘삼진아웃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자가 입찰담합으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 이내에 동일한 위반행위로 2회 이상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에 한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반행위 적발 이후 과징금 부과처분까지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이내 3회 이상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에 한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도록 하는  규정은 제재수단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관계법령을 손질해 제재 수위를 한층 높임으로써 입찰 담합의 폐해를 근절하자는 게 개정안 발의의 기본 취지다.

□ 강한 제재가 만병통치약 아니다 = 그러나 건설대기업을 중심으로 입찰담합에 대한 강한 제재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적인 입찰담합 행위가 건전한 건설산업 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행위임에는 틀림없지만 등록말소를 통해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입찰담합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입찰담합 제재 강화의 문제점 및 입찰담합 근절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입찰담합 ‘삼진아웃제’ 도입이 타당한지를 따졌다.

보고서는 현재도 건설산업에서는 다양한 사유로 작년 기준으로 1209개사가 영업정지 및 퇴출 처분을 받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종합건설기업의 퇴출은 연관된 협력업체는 물론 생산체계상 건설근로자까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중복·과잉처벌 문제 제기 = 보고서는 입찰담합 제재에 대한 법 규정과 그 실효성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도 입찰담합에 대해 공정거래법, 형법,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등에서 행정처분, 형사처벌, 민사상 불이익 등 다양한 제재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입찰담합 제재에 대한 중복 및 과잉처벌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입찰담합의 판정에 있어 기준이 모호해 적법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 입찰담합 ‘삼진아웃제’ 도입 법안은 헌법상의 ‘비례 원칙’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는 과잉처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적으로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건설기업이 퇴출될 경우, 건설자재·장비업계는 물론 각종 소비재 산업까지 전후방 연관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 및 연쇄 부도 등 사회·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건설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의 심각한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적으로는 제재기준의 강화가 상당수 우량 건설기업의 활동에 제약을 가해 건설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 제재 실효성 확보가 관건 =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상당부분 건설대기업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와 관련, 산업의 투명성 제고라는 시각에서 산업참여 주체의 자발적 참여와 제재목적에 부합하는 수단 마련, 그리고 산업의 발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제재의 목적이 입찰담합의 재발을 근절하는 것이라면 입찰담합의 원인이 되는 산업적 특성과 이를 유인하는 정책·제도적 요인, 그리고 실질적인 제재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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