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일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주요 경제정책이 만들어질 때마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관한 내용은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
지난달 19일 열린 ‘2017년 제7차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도 그랬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부당 특약, 대금 미지급 등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는 업종별 불공정 관행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이 참 반갑다. 대기업 및 주요 공공발주처, 중소기업 사이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이 우리 경제·사회를 지탱하는 핵심가치로 자리 잡은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정부가 불공정 해소방안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은 것은 산업현장 곳곳에 아직도 제도의 사각지대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비정상적인 갑을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칙과 특권 없이 공정한 가치분배를 추구하는 ‘쌍끌이 시스템’을 만들자는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그렇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불공정 해소의 ‘총론’과 일선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각론’ 사이에는 상당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아무리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자고 부르짖어도 현장 실무자의 일그러진 ‘갑을 의식’에 큰 변화가 없다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기업 간 거래 방식은 단순해 보면서도 매우 복잡합니다. 옳든 그르든 오랜 관행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갑’인 발주자와 ‘을’인 도급자가 존재하는 한, 그 둘 사이에 거래가 성립하는 한, 완벽한 공정거래를 실현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중소 정보통신업체 A사장의 말이다. 그의 말에 큰 울림이 있는 건 현장의 온기와 냉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A사장의 말대로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청산하는 데 완벽한 해법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정답’이 아닌 ‘좋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멀고 험해도 정도를 걷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큰 숨을 쉬자. 작은 힘과 지혜를 한데 모아 우리 경제에 깊이 뿌리 내린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이라는 소위 ‘3不’ 문제를 반드시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