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분제 국가에서 주권자는 왕이었다. 임금은 주권과 영토와 백성을 소유했고 국가경영을 맡았다. 조정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었기에 지배자의 안전이 곧 사회의 안전이었다. 그러므로 천승(千乘) 제후는 마차의 고삐를 직접 쥐지 않았고 만승(萬乘) 천자는 난간 가장자리에 서지 않았다. 위험한 일은 백성이 맡았고, 이들이 얼마나 많이 죽고 다치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게 아니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많은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신분제는 철폐됐으며 국가 구성원인 시민 모두가 동등한 주권자다. 그러므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곧 사회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시민들은 과연 안전할까. 안전보건공단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보상보험 가입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301명으로 전체 산재 사망자의 31%를 차지했다. 10만명당 사망자 수도 11.00명으로 가장 높았다. 근로자가 많은, 규모가 큰 사업장일수록 산재발생률은 낮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세한 곳일수록 이익은 적고, 이익이 적으므로 안전투자도 적었기 때문이다.
안전분야 투자를 줄여 이익을 내려 했던 경영자들은 산재발생으로 직간접적인 손해를 입었고, 그것은 원래 투자해야 했던 비용보다 컸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산업현장의 각종 재해는 느닷없이 일어나는게 아니다.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경미한 위험사례가 일어난 뒤에 한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한다. 이런 징후와 위험사례를 미리 발견하고 조치를 취한다면 산재로 인한 다대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안전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것은 경영자의 피할 수 없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