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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팔 비틀기 식’ 요금 인하…ICT산업 전체가 휘청
‘기업 팔 비틀기 식’ 요금 인하…ICT산업 전체가 휘청
  • 박남수 기자
  • 승인 2017.06.16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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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문 대통령 대선공약 ‘통신기본료 폐지’ 논란
▲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원들이 13일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통신 기본료 폐지'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신 3사 수익 감소 중소업체들 피해로
시설투자도 위축 5G 사업 차질
알뜰폰 경쟁력 뚝...생존마저 위협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가 공약으로 제시한 통신요금 인하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통신요금을 낮춰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겠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 팔 비틀기 식’ 일방적 정책 추진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수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선순환적 발전을 고려할 때 통신기본료 폐지를 통한 무리한 통신요금 인하가 큰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처럼 통신기본료 폐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정부도 해당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12일 “통신비 인하 등의 과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빨리) 결론을 내리는 데만 얽매여선 안 된다”며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국가 나서면 시장원리에 어긋나
통신기본료 폐지에 대한 신중론은 통신요금이 통신 3사뿐만 아니라 다수의 ICT 중소기업들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는 논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좋지만 통신기본료 폐지를 무리하게 추진했을 경우 통신 3사 뿐만 아니라 ICT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는 “무리한 통신요금 인하로 통신 3사의 수익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이들 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업체들도 막대한 피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0여 년간 우리나라 ICT 개발 및 정책 연구에 매진해 온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도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임 원장은 “국가가 나서 요금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통신요금 문제는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는 식으로 풀어야 하는데 국가가 통신요금을 강제적으로 내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통신요금과 시설투자 등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5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5G 상용화와 통화품질 개선 등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의 기본료가 폐지되면 수익성이 악화돼 영업적자를 면치 못한다”며 “이에 더해 통신 3사가 주도하고 있는 5세대(G) 통신사업을 비롯한 앞으로의 4차 산업 관련 ICT 인프라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5G 위축 시 ICT 강국 지위 상실
기본료 폐지 등 정부의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5G의 준비를 무시한 판단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14일 “한국 통신비가 비싸다는 해석에 바탕을 둔 인위적인 요금인하 추진은 우리나라 통신인프라의 우수성을 간과하고 향후 5G 시대에 대한 준비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통신비 비교는 고속으로 달리는 지하철에서도 끊김 없는 LTE 서비스가 가능한 한국의 우수한 품질의 통신 인프라에 대한 부분은 전혀 반영이 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싸다고 할 수 없는 민간 사업자의 요금을 정부가 강제로 인하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요금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조치를 내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요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LTE는 현재까지 사업자 당 약 4~5조원의 투자비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 추가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인데 5G 투자는 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인위적 요금인하로 5G 투자가 위축된다면 한국은 ICT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알뜰폰 업계 “생존 위협”
통신업체 뿐만 아니라 알뜰폰 업체들도 통신 기본료 폐지 시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고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13일 정부의 통신 기본료 폐지에 대한 공동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 39개 알뜰폰 업체를 대표하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이날 국정기획위 건물 앞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본료를 폐지하면 707만명의 알뜰폰 가입자가 통신 3사로 이탈하게 된다”며 “알뜰폰 업체는 매출 감소 및 영업 적자폭 확대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뜰폰이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한 만큼 통신3사의 기본료 폐지는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기본료가 폐지되면 알뜰폰 사업자의 매출이 46%(3840억원)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지난해 기준 310억원에서 4150억원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알뜰폰 직접 종사자 가운데 3000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LTE 도매대가 조정, 전파사용료 면제 등을 요구했다.

■ 야당도 “기본료 폐지 반대”
야당도 기본료 폐지 반대에 동참했다.

국민의당은 14일 이용호 정책위원회 의장과 당 소속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신용현·오세정·최명길 의원 명의로 “문재인 정부는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기업들의 팔목을 비틀지 말고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정책방향에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찬성한다”며 “하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채 통신 기본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했을 경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존폐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래를 대비할 4차 산업혁명과 5G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여력 상실로 ICT 경쟁력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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