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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을의 도전과 그 조력자들
[창가에서] 을의 도전과 그 조력자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7.08.15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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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칠 것인가. 아니면 시간의 뒤안길에 쓰린 기억을 묻을 것인가. 어쩌면 깊은 고민 때문에 긴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지도 모른다.

육군 사령관 가족의 부당한 ‘갑질’을 부대 밖 세상에 알린 공관병 이야기다.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그들의 상념이 눈에 밟힌다.

아주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그들의 말은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최근의 여론대로라면, 아무리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4성 장군이라 하더라도, 이제 부하에게 사적인 일을 함부로 시키기는 어려워질 듯하다.

공관병들의 작은 외침이 만들어낸 큰 울림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들의 외침을 갑의 횡포에 맞선 ‘을의 반격’으로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쩌면 그 반격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 호흡을 하고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냉엄한 도전이다.

사실, 도전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타인의 존중을 바라면서 숨을 쉬고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소설가 이응준 異說집 ‘영혼의 무기’ p502) 오로지 살아가기 위해 호흡을 멈추지 않고, 한 모금의 물로 갈증을 씻는다.

결국 도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처연한 싸움인데, 그 싸움이 세상을 바꾼다. 그래서 도전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며, 설령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도 이 땅의 많은 '을'들이 생존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드러내 놓고 갑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드잡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화석처럼 단단히 굳은 관행과 부조리, 불합리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결코 쉬울 리 없다. 섣불리 도전하다 갑에게 밉보이면, 속된 표현으로 ‘갑에게 찍히면’ 궁색한 일감조차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도전은 지극히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하기에, 을에게는 자신들의 도전에 힘을 보태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천리 행군 길, 그 신산한 노정에 생명을 지켜 줄 작은 물 한통이 절실하다. 이런 맥락에서 을의 어려움을 덜어 줄 수 있는 조력자들의 노력은 더욱 빛이 난다.

얼마 전 국회에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발주자 또는 원도급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표출하는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는 게 핵심이다.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변재일 의원은 “발주자(수급인)가 수급인(하수급인)에게 공사 시공과 관련해 자재구입처의 지정, 부당한 대금결정 및 경영간섭 등을 하거나 부당하게 공사 원가비목을 삭제 또는 미반영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라면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 의원의 설명처럼 법 개정안은 시공현장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정보통신공사업체를 돕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개정안대로 법이 고쳐지면 정보통신공사업체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을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조력자들이 많아질수록 을은 더욱 신나게 도전할 것이다. 자신의 생존과 더 공정한 세상을 위해.

을의 아름다운 도전과 그 조력자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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