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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담대하고 아름다운 U턴
[창가에서] 담대하고 아름다운 U턴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7.08.2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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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가 1100만 관객을 태우고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영화평론가들은 실화에 바탕을 둔 탄탄한 구성, 주연 배우 송강호의 빼어난 연기 등을 영화의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사와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도 영화의 흥행요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 극 중 택시운전사 김만섭은 전화로 어린 딸에게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나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핸들을 휘감아 차를 광주로 돌린다.

영화의 실제인물로 알려진 김사복 씨도 그렇게 광주로 갔을까. 사실이라면 그의 담대한 유턴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이다.

그 순간, 김 씨는 어떻게 차를 돌리기로 결심했을까. 전형적인 소시민이이었던 그가 대단한 정치의식을 가졌을 리 만무하다.

광주에 가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은 힘에 이끌렸던 것일까. 그는 좌고우면 하지 않고 광주로 갔다. 두려웠겠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날의 ‘광주’가 한국 현대사에 깊은 상흔으로 남은 이후 약 40년의 시간이 흘렀다. 김 씨의 생존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까닭에 그날 그곳의 상황에 대한 가정과 추측은 자유롭다.

기자는 그 엄청난 ‘결단’의 원동력이 상식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약자를 무자비한 폭력으로 제압해서는 안된다는 상식, 서울로 함께 가자던 손님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책임감이 경이로운 ‘결단’의 힘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 같은 상식과 책임감으로 큰 ‘결단’을 내리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시장질서와 상도덕에 대한 기본상식, 기업 경영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감으로 험산준령과 같은 의사결정의 벽을 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게 상식이다. “아무리 수익을 창출하는 게 기업의 존재이유라 하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써서는 안된다. 나 살자고 다른 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된다.”

요즘과 같은 탈(脫) 권위주위 시대에는 이런 게 책임감으로 통한다.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부하직원들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그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해서는 안된다.”

당장은 성에 차지 않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상식과 순리, 책임감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큰 무리가 없다는 데 많은 경영자들이 공감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나라든 결단의 힘으로 전진했다. 우유부단한 경영자가 회사를 망칠 때가 많다.
누구에게나, 특히 기업 경영자에게 결단의 순간은 무척 괴롭다. 덜 괴로우려면 많이 공부하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 풍부한 지식과 쓰라린 경험에서 달디 단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래도 2% 부족하다면? 상식과 책임감의 힘을 믿으면 된다. 일을 크게 그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 김만섭의 유턴은 담대했다. 그 담대함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담대하고 아름다운 U턴으로 세월의 풍화작용에 맞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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