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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10월 국감을 맞이하는 자세
[창가에서] 10월 국감을 맞이하는 자세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7.09.1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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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가을엔 푸른 하늘을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소중한 사람을 향한 고마움에 마음이 깊어진다.

지난 여름,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견뎠더니 거짓말처럼 가을이 왔다.

이 땅의 수많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종사자들도 그랬을 것이다. 통신실 네트워크 구축 현장에서, 기지국 철탑 위에서, 연구실에서 여름 내내 고된 구슬땀을 흘렸을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좀 생뚱맞은 이야기이겠으나, 가을이 누구보다 반가운 이들이 있다. 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는 재소자들이다. 교정시설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름은 재소자들이 견디기 힘든 시간임에 틀림없다.

35도를 오르내리는 염천(炎天)의 날씨 속에서 좁은 공간에 갇힌 재소자들은 극한의 고통을 요구받는다. 특히 재소자들은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 느껴야 하는 참담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신영복 선생은 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렇게 썼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그는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수가 되어 20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누구보다 수형생활의 고통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그는 여름 징역살이 속, 사람들 사이의 미움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사람들 사이의 미움은 비단 여름 징역살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경영을 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다보면, 혹은 정부 정책을 만들다보면 수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여러 사람과 만나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일이 생긴다.

어찌 보면 타인에 대한 미움은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생리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명확한 근거나 합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미움은 참된 인간관계를 병들게 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큰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기업경영이나 합리적 정책 추진에도 해악을 끼치게 된다.

오로지 상대방이 미워서, 그 증오를 삭이지 못해 상대방 흠집 내기에 몰두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창의적 전략 수립에 있어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국감을 준비하는 국회의원, 피감기관 모두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

철저한 분석과 조사를 통해 피감기관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것은 모든 국회의원의 책무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피감기관장을 궁지에 몰아넣고 망신을 주는 보여주기 식, 호통치기 식 국감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혹시나 마음 속에 품고 있을지 모를 미움 때문에 국감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가을 아침, 신영복 선생의 글이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머지않아 조석의 추량(秋涼)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수(秋水)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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