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은 일본에서 유래된 병 이름입니다. 옛날 에도시대 일본에서는 오십대 전후에 특별한 이유 없이 어깨가 아픈 병을 오십대 어깨, 즉 오십견이라 불렀습니다. 서구에서는 어깨가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진다 해서 동결견(frozen shoulder)이라 했는데 지금은 유착성 관절낭염(또는 유착성 피막염)이 공식 명칭입니다.
오십견은 50대 전후에 뚜렷한 원인 없이 어깨 관절에 생긴 염증으로 어깨에 통증과 운동 장애가 생기는 병을 말합니다. 경미한 외상이 있거나 무리를 한 후에 어깨와 위팔에 불쾌감이나 통증이 생기면서 발병하고, 이차적으로 회전근개 파열 등의 퇴행성 어깨 질환과 동반되어 생기기도 하는데 특히 당뇨가 있는 사람, 여성에게서 더 잘 생깁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에 의하면 ‘유착성 관절낭염’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2014년 기준 약 77만명으로 어깨 병변 환자의 약 30% 이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또 어깨 통증을 호소하여 어깨 병변으로 진단받고 진료받은 환자 세 명 중 한명은 오십대라고 하니 오십대 전후에 어깨나 팔에 통증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병이 대체로 그렇듯이 오십견도 초기에는 간단한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운동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기가 쉽습니다. 발병 초기에는 일상 생활에서는 통증이 별로 없고 팔을 많이 쓰거나 움직였을 때에만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으므로 환자들은 대체로 통증이 생긴지 한참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미 그때는 관절의 염증으로 인해 관절낭에 섬유화와 유착이 생겨 팔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도 통증이 있고 아픈 쪽으로는 옆으로 돌아눕기도 어려우며 특히 밤에 잘 때도 통증이 있어 상당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합니다. 또 이미 그때는 어깨 관절이 굳어있는 상태이므로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 통증을 완화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오십견 환자를 볼 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병이 특히 오십대 여성에게 잘 생긴다는 것입니다. 여성에게 오십대 전후는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갱년기가 찾아오는 시기입니다. 가뜩이나 갱년기로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우울한데 오십견까지 찾아오면 오십대 여성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 그 원망은 오롯이 남편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서 몸과 마음의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 주부들에게 오십견은 너무도 고통스런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십견의 치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십견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에서는 오십견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가장 먼저 권하는 치료가 관절강내 주사치료입니다. 특히 요즘은 초음파검사를 통해 관절의 이상을 간편하게 진단하고 초음파를 보면서 병변 부위에 정확하게 주사를 할 수 있어 환자가 병원에 빨리만 내원한다면 오래도록 고생하지 않고 나을 수 있습니다. 관절강내주사는 과거에 소위 ‘뼈주사’라고 해서 몸에 나쁘다는 인식이 있기도 했지만 그것은 불필요하게 자주 주사를 맞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므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에 따라 주사를 맞는다면 부작용에 대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사치료 이외에도 물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도수치료, 운동요법 등이 오십견의 치료에 도움이 되며 관절운동 범위가 많이 제한된 경우라면 관절낭 수압팽창술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1-2개월 정도 꾸준히 치료를 받을 경우 보존적 치료를 통해서도 비교적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실제로 수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드문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