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편의성’ 두마리 토끼 겨냥
중소 시공업체에겐 입찰 문턱 높아
한국형 철도통합무선망인 ‘LTE-R’ 구축이 활기를 띠면서 사업물량 확대에 관련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LTE-R(LTE based Railway wireless communication system)은 4세대 무선통신기술인 LTE를 철도환경에 최적화한 무선통신시스템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LTE-R을 활용하면 열차·관제센터·유지보수자·운영기관·정부기관 간에 정보를 초고속 무선통신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이로써 열차운행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러나 LTE-R 구축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입찰을 통해 건실한 사업추진체계를 확립하는 게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시공업체들도 고르게 LTE-R 구축사업의 혜택을 보려면 더욱 합리적인 입찰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 대구 복선전철 등 3곳 사업 발주
최근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한 대규모 LTE-R 구매설치 사업이다.
철도공단은 지난 9일 △대구선 복선전철 △부산~울산 복선전철(일광~태화강 구간) △울산~포항 복선전철(태화강~건천SS 구간) 등 3곳에 대한 ‘KR LTE-R 구매설치’ 사업을 입찰에 부쳤다.
이번 사업은 △대구선 구간 48억900만원 △일광~태화강 구간 77억500만원 △태화강~건천SS 구간 63억9400만원 등 총 추정금액이 189억801만1000원에 이른다.
사업에 참가하려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관련규정에 따라 무선통신장치 또는 무선중계기로 입찰참가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업체로서 입찰공고일 이전에 공시된 가장 최근의 정보통신공사업 시공능력평가 공시액이 추정가격의 100% 이상이어야 한다.
전자(가격)입찰서 및 제안서 제출기간은 12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로 정해졌다. 철도공단은 오는 12월 22일 오후 2시 입찰담당자 PC를 통해 개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기간은 일광~태화강 구간이 계약일로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이며, 대구선 구간과 태화강~건천SS 구간은 계약일로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다.
■ KRTCS와도 연계…안전성 강화
철도공단은 지난 6월 원주∼강릉 간 복선철도 사업에 세계 최초로 LTE-R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어 전국의 모든 철도노선에 LTE-R을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철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LTE-R 시스템을 구축하면 이를 무선기반 열차제어시스템(KRTCS)과 연계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더욱 안전한 철도운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도공단이 개발 중인 KRTCS(Korean Radio-based Train Control System)는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으로, 현재 실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KRTCS는 최고 시속 400km까지 고속으로 이동하는 열차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서 국제 표준방식과 호환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우리나라가 원주∼강릉 복선전철사업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LTE-R은 KRTCS 실용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LTE-R을 국가재난안전통신망(PS-LTE)과 연계함으로써 공고한 철도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재난발생 시 다수의 관계자간 동시 영상통화 등 신속한 정보교환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재난발생 시 대처능력이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공단은 오는 2026년까지 전국에 설치되는 총 5305.4㎞ 구간의 철도통신망을 LTE-R 시스템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총 사업비는 2조1601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공사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TE-R을 KRTCS 및 PS-LTE와 연계함으로써 정보통신공사의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김상태 철도공단 기술본부장은 “성능이 입증된 우수한 LTE-R시스템을 올해 12월까지 국내 철도의 모든 노선에 적용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차질 없이 사업을 완수해 철도운용 효율화와 국민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중소 시공업체 사업 참여 쉽지 않아
그렇지만 LTE-R 구축사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 이면엔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다수의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 사업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합리적 입찰방식을 적용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KICI)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주도적으로 LTE-R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시설공사 발주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KICI는 다수의 LTE-R 구축사업이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로 발주되고 있어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의 주도적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철도공단에서 계획한 총 487억 원 규모의 LTE-R 사업 중 시설공사로 발주된 사업은 약 84억원(17%)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403억 원(83%) 상당의 사업은 시설공사가 포함되지 않은 물품구매로 발주됐거나, 발주 예정이다.
이번에 공고된 대구 복선전철 등 3개 구간의 경우에도 LTE-R 구매설치 사업으로 발주가 나왔다.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을 해야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자보수보증이 적용되는 물품구매 입찰인 까닭에 시설공사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사업이 제한경쟁입찰 대상이고, 협상에 의한 계약이 적용돼 중소 시공업체들이 입찰문턱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발주자가 다수의 입찰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절차를 거쳐 해당사업에 가장 적합한 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 계약방식은 기술의 다양성 측면에서 큰 우위를 지닌 대형업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