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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뒷모습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창가에서] 뒷모습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7.12.19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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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에두아르 부바(Edouard Boubat)는 피사체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찍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사람들의 뒷모습이 담긴 그의 작품에는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여운이 묻어난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도 에두아르 부바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긴 듯하다. 미셸은 사진의 뒷모습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심오한 해석을 내놓았다. 지난 2002년에는 두 사람의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뒷모습’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뒷모습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공유했다. 그래서 미셸은 사진집 ‘뒷모습’에 이렇게 썼다. “진실은 항상 뒤쪽에 있다”.

프랑스 작가들의 뒷모습을 화두로 삼은 건 우리 경제의 ‘뒷모습’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외형적 지표만 놓고 보자면 최근 한국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2%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과 후년에도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반도체·석유화학 특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업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 실질소득은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생산·소비·투자 실적에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원화 값과 금리, 유가가 함께 상승하는 ‘신 3고’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민낯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통계의 왜곡이나 착시에 대한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이에 경제의 기초체력을 더욱 강하게 단련함으로써 외형적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의 실질적 경기회복을 구현할 수 있는 체계적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뒷모습, 나아가 참모습을 이루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경제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소기업의 수호천사’를 자임하며, 지난달 30일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이날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출범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인 일”이라면서 “수출 대기업이라는 하나의 심장으로 뛰었던 대한민국 경제에 또 하나의 심장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에게 시급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라며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 내부거래 등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다. 화려하게 꾸미기도 어렵다. 그러나 “진실은 항상 뒤쪽에 있다”는 경구를 늘 마음에 새기고 거짓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썼으면 좋겠다. 더불어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회, 뒷모습이 더 건강한 경제를 일구는데 힘을 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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